산업 IT

"독자 판매 계획 없다" 마트들 주저

블랙리스트제 시행 한달 앞으로 다가왔지만…<br>대형 할인점·MVNO 업체 수익성 없어 판매망 구축 꺼려<br>"이통사 영업망과 상대 안돼" 제조업체 직접 판매도 미미<br>유통혁신 통한 가격경쟁 촉진… 제도 시행 목적 이룰지 미지수

SK텔레콤의 대리점을 찾은 가입자가 직원과 상담하고 있다. 내달부터 블랙리스트 제도가 실시될 예정이지만 이통사 이외의 휴대폰 유통로가 얼마나 활성화될지는 미지수다. 사진제공=SK텔레콤

"이통사들도 수급에 애를 먹는다는 갤럭시노트나 아이폰 시리즈를 마트에 까지 공급해 줄지 의문입니다"

1일 만난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다음달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돼도 마트에서 휴대전화를 구입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휴대전화 수급도 문제이지만 블랙리스트라는 용어 자체를 낯설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결국 이통사와 손잡고 휴대전화를 유통하는 기존 관행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마트나 편의점, 제조업체 전문매장 등에서 휴대폰을 직접 구입해 개통할 수 있는 블랙리스트 제도 시행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현장 분위기는 썰렁하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 마트들은 다음달 블랙리스트제도가 시행돼도 독자적으로 휴대전화 판매에 나설 계획이 아직 없다. 이들이 휴대폰 판매를 주저하는 이유는 휴대폰 유통 마진과 비용 등을 계산해보면 수지가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휴대전화 매장을 자체적으로 꾸린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찾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CJ헬로비전이나 온세텔레콤과 같은 이동통신재판매(MVNO) 사업자들 또한 단말기 수급 등의 문제로 선뜻 휴대전화 유통에 나서는 것을 꺼리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MVNO 사업자들은 제조사가 아닌 이통사들이 제공하는 단말기를 공급받아 시장에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휴대전화 유통의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국내 최대 가전 양판점인 하이마트도 자체 유통망을 통한 휴대폰 판매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단말기 제조사의 휴대폰 직접 판매도 큰 효과가 없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삼성 모바일샵과 삼성 디지털 프라자 직영점을, LG전자와 팬택은 각각 LG 베스트샵 직영점과 자회사 라츠를 통해 휴대전화를 유통할 계획이지만 이들 제조사의 유통망은 모두 합쳐 600여 곳에 불과하다. 이통사의 휴대전화 매장은 전국적으로 2만7,000여 곳에 달한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휴대폰 제조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제조업체들이 영업망을 확대해 직접 휴대전화를 유통한다고 하더라도 이통사의 영업망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며 "블랙리스트가 휴대전화 유통 혁신을 낳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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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유통구조 또한 블랙리스트 제도의 정착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현재 휴대전화 유통은 각 이통사가 제조사에게 제품을 받아 대리점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다만 제조사들이 각 이통사에 공급하는 휴대전화 가격은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다. 제조사들이 출고가는 균일하게 적용하고 있지만 판매 장려비 등 보조금은 이통사마다 다르기 때문. 자사 고객에게 제조사 보조금을 바탕으로 더 큰 폭의 할인 혜택을 줄 수 있는 구조다.

이통사측은 블랙리스트 관련 요금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현재처럼 자사 가입자에게 혜택을 몰아줄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제도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휴대폰 가격 구조가 불투명한 상황을 감안하면 제도 시행의 효과를 얘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가격경쟁 촉진이라는 블랙리스트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휴대폰 가격구조 및 유통망 개선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블랙리스트 제도란: 이통사의 인증을 받은 휴대폰만 유통할 수 있는 화이트리스트 제도와 달리 가입자인증카드(USIM)만 있으면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모든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대형 마트나 제조업체 전문매장에서도 휴대폰 구입이 가능해 진다.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휴대폰 가격과 통신 요금을 낮춰보려는 목적에서 도입됐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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