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교과서 시장 1위에 만족 않고 100년 기업 성장 씨앗 심겠다"

김영진 미래엔 대표


"디지털 콘텐츠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 2015년 교육과학기술부가 보급 예정인 초중교의 디지털 교과서용 콘텐츠 개발에 본격 투자하겠습니다."

올해로 창업 65년을 맞은 이한 미래엔(옛 대한교과서)의 김영진(38ㆍ사진) 대표는 "교과서 시장 1위 기업에 만족하지 않고 100년 문화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씨앗을 지금 심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한교과서는 우리나라 첫 인쇄소인 평화당을 공동 운영하던 김 대표의 고조부인 김기오 선생이 1948년 9월 문교부의 보증을 받아 주식공모 형식으로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기업이다. 교과서 사업과 함께 지금껏 결호가 없다는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을 함께 창간했다. 박경리ㆍ박완서 등 당대 문인들 중 다수가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일제 강점기 교과서까지 보존하고 있는 미래엔은 1997년 공기업이던 국정교과서를 인수하기까지 줄곧 1위를 차지해온 우리나라 교과서 역사의 산증인이자 선두업체였다. 그러나 2006년 중고교 교과서가 검인정 체제로 바뀐 후 경쟁 체제에 내몰려 위기를 겪게 된다.


미국 보스턴대에서 재무ㆍ경영을 전공한 후 군 복무를 마치고 미래에셋에서 근무하던 김 대표는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2003년 과장급으로 입사해 실무를 배웠다. 자칫 보수적으로 비칠 수 있는 사명을 미래엔으로 바꿔 미래지향적이고 진취적인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또 '북폴리오' '와이즈베리' 등 성인용 단행본 브랜드를 출범시키는 등 출판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대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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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국내 최고(最古)의 교과서 전문기업이라 전체 시장의 70%를 유지하며 1위를 고수했지만 2007년에는 시장점유율이 20%대로 추락할 정도였다"며 "돈 되는 자산은 매각하고 평균 근속연수 25년이던 가족 같은 직원을 구조조정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추진한 사업이 점차 성과를 내면서 2008년 기획실장, 2010년 대표 자리에 올랐다. 취임 후에는 중고교 교과서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직 교사를 필진으로 영입하고 학부모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자문단을 꾸리는 등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교과서 제작에 반영해나갔다.

김 대표가 주도한 변화에 전 직원이 화답한 것일까. 올 6월 실시된 2013~2015학년도 중고교 검인정 교과서 발행자 선정심사에 15과목을 출원해 모두 합격했다. 심사를 받은 100여개 업체 중 15과목 이상을 출원ㆍ합격한 회사는 미래엔 등 2곳뿐이다.

매출도 그가 취임한 후 매년 15%씩 성장해 지난해 1,300억원을 달성했다. 그는 "독립운동을 하면서 고초를 겪기도 했던 창업자께서 우리말과 문화의 자긍심을 키우기 위해 설립한 대한교과서를 더 나은 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책임이 막중하다"며 "지난 60여년간 쌓은 미래엔의 노하우를 살려 디지털 콘텐츠 개발은 물론 디지털 프린팅, 주문형 소량 인쇄인 POD(Print On Demand) 등 시대에 어울리는 사업분야로 전환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출도 전략적으로 추진, 아동용 단행본 브랜드인 '아이세움'에서 발간하는 학습만화 중 '실험왕'등 5종이 일본에서만 100만권 이상 팔리는 등 저작권료 수익으로 25억원 이상을 매년 거둬들이고 있다. 그는 "'관시(關係)의 나라' 중국은 단순한 판권 수출 대신 보다 적극적인 시장 개척을 위해 현지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며 "그동안 축적된 교과서 제작 노하우를 살려 수학ㆍ과학 등 중국에서도 경쟁력 있는 과목을 디지털 콘텐츠 형식으로 수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과서ㆍ참고서ㆍ단행본 등 방대한 출판물을 새롭게 해석하고 편집의 묘미를 살린 디지털 콘텐츠로 개발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우리의 정신과 문화를 발전시켜나가는 출판 전문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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