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김종만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

지문분석법 보완할 '땀구멍 지도' 개발

지폐에 묻은 땀자국만으로 신원 밝혀낸다

땀샘서 나오는 미량의 수분 감지… 주민증 등 보안문제 강화 가능

의료·화장품 등 응용분야 넓어

땀구멍 지도 모식도. /사진제공=한국연구재단

김종만(가운데)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가 실험실에서 대학원 학생들과 화학물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윤경환기자

주민등록증 뒷면에는 본인의 엄지 지문이 있다. 신원 확인과 범죄 예방 등을 위해 국가에서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한 것이다. 지문 모양은 곡선 형태의 융선으로 기록된다. 사람이 무엇인가를 만지면 손가락에서 수분·지방·아미노산 등의 분비물이 퍼져 나와 융선 형태로 남기 때문이다. 융선은 개인마다 모두 다른 형태를 보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서로를 구분할 수 있다. 융선을 파악하는 것은 지난 100년 이상 사용된 지문분석방법이다.

하지만 이제 지문분석의 패러다임이 융선에서 점의 형태로 바뀔지 모른다. 김종만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의 연구성과 때문이다. 김 교수는 고분자인 '폴리다이아세틸렌'이라는 물질을 사용해 손가락 끝의 땀샘에서 나오는 미량의 수분을 감지, 사람마다 '땀구멍 지도'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공로에 힘입어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10월의 과학기술자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문 없이 땀구멍만으로 신원 추적 가능=김 교수는 폴리다이아세틸렌이 기존에 알려진 온도·압력·유기용매 등에 의해서만 색이 변하는 게 아니라 수분 접촉에 의해서도 색이 바뀐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이를 지문분석에 응용했다.

폴리다이아세틸렌이 손가락 땀구멍에서 나오는 수분에 닿으면 순간적으로 청색에서 형광 적색으로 변하는 마법의 방식이다. 땀구멍도 융선과 마찬가지로 개인마다 고유한 패턴을 갖고 있다. 땀구멍 자국은 이론적으로 40여개만 확보해도 신원을 확인할 수 있어 융선 중심의 지문분석방법을 크게 보완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어느 날 문득 폴리다이아세틸렌에 입김을 불었더니 색이 바뀌는 걸 보고 수분에 의해서도 변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지난 4월 논문 발표 후 외국에서도 엄청난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일반 회사는 물론 정부 쪽에서도 신원 확인을 위한 기술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융선을 활용한 지문인식 시스템은 지문이 많이 남았을 때만 분석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또 지폐 등 수분 흡수가 빠른 종이에 찍힌 지문은 땀구멍 모양의 점 패턴만 남을 뿐 융선을 확인하기 어려워 그동안 증거자료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김 교수의 방법을 활용하면 지폐 등에 산발적으로 찍힌 땀구멍만으로도 신원을 추적할 수 있게 된다. 그는 "현재 융선 방식은 복제·복사가 가능해 완전한 보안이 어려운데 땀구멍 지도를 통하면 종이에 묻은 지문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휴대폰부터 주민등록증까지 여러 보안 분야를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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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다. 연구성과는 질병 치료, 화장품 분야에까지 확장·적용할 수 있다. 땀이 나오는 땀구멍과 나오지 않는 땀구멍을 구분할 수 있어 이를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화·질병과 땀 분비 간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데도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해외 유명 화장품 기업들이 김 교수 연구에 높은 관심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땀구멍 지도는 모든 땀구멍을 기록하는 게 아니라 땀이 나오는 땀구멍만 기록하기 때문에 위조가 더 불가능하다"며 "지문인식을 넘어 응용 분야가 매우 넓다"고 평가했다.

◇상용화 쉬운 새로운 대체물질 연구=그는 현재 폴리다이아세틸렌을 대체할 물질을 찾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폴리다이아세틸렌은 변색 뒤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가역성이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아직 상용화되기에는 물질의 가격이 높다는 점도 후속 연구 대상이다. 김 교수는 "현재 폴리다이아세틸렌이 아닌 여러 후보물질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사실 김 교수는 고교 때부터 벤젠 구조 등 유기화학 분야에 흥미를 느껴 화학공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특히 약 15년 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시절 한 세미나에서 조건에 따라 색이 자유자재로 바뀌는 폴리다이아세틸렌을 접하고는 이에 반한 나머지 관련 연구에 푹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 김 교수는 폴리다이아세틸렌 센서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로 꼽힌다.

그는 "고교과정에서 유기화학 부문은 조금밖에 다루지 않았는데도 매우 재미있다고 느꼈다"며 "폴리다이아세틸렌 연구는 상용화 가능성이 높으면서도 과학적으로 깊게 들어갈 수 있는 분야"라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과학 발전을 위해서는 가장 우수한 인재가 반드시 과학을 전공해야 한다는 입장을 설파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과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분야는 과학으로 가장 창의적이고 똑똑한 학생들일수록 과학을 전공해야 한다"며 "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칠 때도 시각적인 자료를 많이 활용해 지금보다 더 재미있게 가르쳤으면 하고 정부도 정책적으로 과학의 재미를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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