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이 2일 취임 후 처음 열린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 “선비는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는 옛말처럼 법관은 항상 조심하고 진중한 자세로 자신을 도야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의 이 같은 언급은 전날 김하늘(43•사법연수원 22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불평등 조약일 수 있으므로 사법부가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법관의 균형성과 공정성 유지’를 촉구하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전국 고등법원장과 지방법원장 등 31명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차한성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열린 전국법원장 회의에서 판사들의 FTA반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논란 등 관련 대응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대법원장은 회의 인사말에서 "국민은 법관에게 법률전문가이기에 앞서 사려 깊은 이해심, 불편부당한 균형감각, 높은 경륜과 포용력을 갖춘 원숙한 인격자이기를 요구한다"며 "지금 우리에게 부과된 절체절명의 과제는 바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며 재판에 대한 신뢰는 법관에 대한 믿음에 기초하고 그 믿음은 공정한 재판에 대한 기대와 존경심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법관은 SNS 를 통한 개인적 소신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 대법원이 논의하고 있는 법관의 SNS 사용기준 가이드라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부장판사가 코트넷에 올린 글에는 이미 120명이상의 판사들이 댓글을 달아 동의를 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100명 이상의 판사들이 동의하면 한미 FTA를 법리적으로 분석할 태스크포스(TF) 구성을 대법원장에게 청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