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정년 60세 제도가 시행되면 2017년부터 5년간 기업이 져야 할 부담이 115조원에 달한다는 추정 결과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내놓았다. 부담 규모도 어마어마하지만 더 우려되는 것은 이대로라면 이 부담액이 단순 추정에 끝나지 않고 실제로 기업에 지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당장 정년 60세 제도는 내년부터 도입되는데 이 제도 시행의 전제조건인 임금체계 개편 논의는 첫발도 떼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3년 정년 60세를 보장하는 정년연장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해 종업원 300명 이상 기업은 2016년, 300명 미만 기업은 2017년에 시행해야 한다. 이 법이 정년연장과 동시에 노사가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한 것은 정년연장이 기업에 감당하지 못할 부담을 지우기 때문이다. 정년연장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는 조치가 바로 임금체계 개편이며 그 시작은 임금피크제 시행이다. 최근 조사를 보면 근로자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찬성해 근로자도 고용안정, 미래세대 고용 확대, 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임금피크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임금피크제를 반대하며 총파업을 내세우는 것은 자신의 존재근거인 조합원들의 뜻을 저버리는 것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정년만 연장하고 임금은 줄이지 않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탐욕이다.
대졸자가 연간 30만명씩 쏟아져나오고 청년실업률이 10%대를 넘나드는 게 한국 노동시장의 현실이다. 임금피크제는 이 같은 병리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경총에 따르면 내년부터 모든 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이를 통해 발생하는 재원으로 4년간 18만2,339개의 청년층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노사가 정년연장과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대화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임금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도 시작해야 한다. 근속연수에 비례해 임금이 오르는 연공임금 체계로는 노동환경 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