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아직 2% 부족한 행복주택


지난 2012년 9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는 추석을 앞두고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그중 핵심은 도심에 있는 미활용 철도부지 등에 아파트나 기숙사를 짓는 '행복주택' 사업이었다. 대규모 택지지구를 조성해 아파트를 공급하는 대신 주택수요가 많은 도심 내 국공유지나 유휴부지 등을 이용, 직장과 가까운 임대주택을 젊은 층과 신혼부부 등 1~2인 가구에 공급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행복주택은 시작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 도심에서 추진하기로 한 7개 시범사업은 가좌지구와 오류지구 2곳을 제외하고는 주민들의 반대로 대부분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주 '행복주택 사업 본궤도 진입'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발표했다. 올해 안에 행복주택 2만6,000가구를 사업승인하고 4,000가구를 착공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관련기사



하지만 정부의 발표 내용은 그동안 추진했던 행복주택과는 너무 달랐다. 이름만 행복주택이지 핵심 내용이던 철도부지와 유수지 활용방안은 거의 사라졌다. 대신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지방자치단체가 공급하는 택지지구 내 부지에 짓는 것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올해 사업승인을 하기로 한 38개 사업지구 가운데 기존의 서울 가좌·오류지구를 포함한 6~7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택지지구 사업이었다. 이쯤 되면 행복주택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다. 일반 공공임대주택과 다를 게 없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는 행복주택 사업 추진에 자신감을 보였다. 주민들의 반대는 행복주택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그간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축소되는 상황에서 행복주택 사업만은 지키겠다는 정부의 아집으로밖에 비쳐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요즘 건설업계에서는 이미 행복주택 정책은 실패했다는 말도 들린다. 보금자리주택과 달리 관심조차 끌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금이라도 행복주택 정책을 시작부터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라고 눈 감고 귀 막은 채 외곬으로 밀고 가기보다는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주택정책을 고민해 마련하는 것이 더욱 인정받는 정부가 되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