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문득 턱없는 의문하나가 떠올랐다. 모든 귀중한 인간의 장기는 왜 신체의 왼쪽으로만 쏠려 있는가였다. 의문도 발전한다. 400㎙ 육상 트랙을 돌때 왜 오른쪽으로 출발해 왼쪽으로만 돌아야 하는가. 왼쪽에서 출발해 오른쪽으로 도는 규칙은 왜 없는가.스포츠 생리학자들은 대답하고 있었다. 인체는 좌회전 할때 더 스피드를 낼수 있다고. 결국 신체의 축은 왼다리인 셈이다. 귀중하고 무거운 장기는 모두 왼쪽에 모였기 때문이다.
심장은 중요하다. 단단한 갈비뼈안에 있다. 서양신화에서는 사랑을 「화살과 심장」이라는 매개물로 설명한다. 로마신화의 큐피트라는 장난꾸러기 아기요정은 황금화살을 활에다 매겨 나풀나풀 휘젖고 다니며 보이는 심장 족족 쏘아댄다. 떠돌던 심장 두 개가 관통되면 이루어진 사랑이고 한 개만 맞치면 짝사랑이다.
「탈무드」의 비유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하나님이 아담을 만든 뒤 이브를 만들기 위해 아담의 왼쪽 갈비뼈 하나를 선택한다. 하필 갈비뼈인가. 그나마도 심장쪽 갈비를.
아담의 발가락뼈로 만든다면 이브는 아담의 노예가 될 것이고, 아담의 머리뼈를 선택했다면 이브는 아담 위에 군림했을 것이다. 남녀가 평등하다는 경고임이 분명하다. 심장이 멎는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뇌사 역시 의학적인 죽음이다. 신통하게도 사랑을 상징하는 심장과 사유(思惟)를 관장하는 뇌는 단단한 것속에 안치돼 있다. 귀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의문이 싹튼다. 인체중에서 가장 소중하고 하나씩 밖에 없는 심장과 뇌는 살아서는 남에게 기증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죽음과 협상하지 않으면 타인에게 기증할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심장은 소중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