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재미있는 선물이야기] 관념가치(NOTIONAL VALUE)

선물·옵션과 같은 파생상품은 자신이 가진 위험(RISK)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세련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A항공이라는 항공사가 있다고 하자. A항공은 항공여객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서 미국 보잉사에 새 비행기를 여러대 주문했다. 비행기 값을 지불하기 위해 미국 씨티뱅크로부터 1년만기로 달러를 빌렸다. 그런데 1년후 달러 가치가 급등, 달러 채무상환이 어렵게 됐다. 달러가 폭등할 것을 미리 알 수 없었기 때문에 A항공은 결국 부도를 냈고 씨티뱅크도 부실채권을 떠안게 됐다. 파생상품은 A항공과 씨티뱅크에게 「달러 가치 급등」이라는 예상치 못한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로 해준다. A항공이 1년만기 달러옵션을 매입하면 달러부채를 갚을 때 필요한 달러를 현재 환율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다. A항공이 달러 옵션을 매입했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가 달러 옵션을 발행했다는 뜻이다. 결국 A항공은 자신의 위험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긴 셈이다. 물론 달러 옵션을 발행한 사람도 나름대로 전략이 있을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수많은 금융회사들은 이처럼 서로 다른 위험과 전략을 가진 고객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때로는 고객의 구미에 맞는 새로운 파생상품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그렇다면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파생상품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국제결재은행(BIS)에 따르면 98년 4월말 현재 전세게 장외파생상품의 관념가치(NOTIONAL VALUE)는 72조1,43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 95년 47조5,300억달러에 비해 51%나 증가한 것이다. 관념가치란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떠넘긴 위험의 총규모라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파생상품 계약 당사자들이 지불을 거절하더라도 채권자의 실제 손실규모는 2조5,850억달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관념가치대비 3.6%에 불과한 수준이다. 결국 파생상품은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자신의 위험을 관리하는 훌륭한 수단인 셈이다. / 정명수 기자 ILIGHT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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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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