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0대 3/김영종 동아증권 사장(로터리)

얼마 전 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우리 청소년 축구팀이 10대3이라는 참담한 스코어로 브라질에 패배해 국민들에게 충격을 준 바 있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을 대비해 축구행정과 선수양성 및 축구 인프라 구축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마련된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만일 축구의 월드컵 경기와 같은 세계대회가 금융업계에도 추진된다면 우리나라 선수들(금융인)이 세계대회에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뛸 수 있을 것인가를 한번 생각해보았다. 국제 금융시장을 축구장으로, 세계의 투자가들을 관객으로, 세계 각국에서 선발된 금융전문가를 축구선수로 상정해본 것이다. 아시아지역 예선을 통과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부터 제기된다. 전략도 없이 시시콜콜 간섭하는 대장성이라는 감독과 코치가 있는 일본과는 한판 붙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이 기량은 조금 모자라더라도 정신력으로 일본쯤은 격파하거나 무승부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더구나 언어능력은 우리가 한수 위다. 그러나 싱가포르, 홍콩의 외인구단에는 어려울 것 같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도 힘든 경기를 펼칠 것 같다. 대중국게임에서는 국제심판의 편파적 휘슬이 제일 큰 적일 것이다. 한국 특유의 정신력과 세계11대 GNP 국가라는 자부심으로 천신만고 끝에 지역예선을 통과하여 세계대회 개최지인 영국에 진출했다고 하자. 본선 일차전에 참여하는 국가는 아프리카나 남미국가뿐이 아닐 것이다. 유럽국가나 북미국가 중 하나가 한국과 같은 조에 끼였다면 경기결과가 어떻게 될까. 선수 상대방에 대한 평가와 국제금융정보, 금융공학기법, 외환거래기법, 금융거래의 리스크 평가기법, 국제금융 관련 법률지식, 세법 등 상대방을 공략하여 승리할 수 있는 전략, 전술 등을 우리 감독, 코치들이 적절히 수립할 수 있을까. 단체협약과 호봉제, 순환보직제, 나이가 벼슬인 것처럼 연공서열 체제에 길들여진 우리 선수들은 과연 철저한 프로정신과 전문기술로 무장된 젊은 외국선수들을 제치고 골문 근처에라도 한번쯤 공을 몰고 갈 수 있을까. 글쎄, 10대3이 문제가 아닐 것 같다. 세계청소년축구 결과보다 더 참담한 스코어로 패배할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금융개혁은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우리 경제규모의 확대로 국내 금융시장이 세계 금융시장으로 급속히 편입되는데 따라 적절히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근본목적이 있다고 본다. 우리 금융업계가 국제경쟁에서 최종 결승전에 진출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세계 수준에 걸맞는 인사제도, 전문가 양성, 자유경쟁체제 도입, 감독기능 전문화 등 금융인프라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그중에서 급선무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국제수준의 선수양성을 위한 교육 및 인사제도의 개혁이다. 우리나라식 단체협약제도와 인사관행으로 국제수준의 선수가 양성된다는 것은 기대난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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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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