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 뛰어넘기 신경영바람] 리얼타임 경영

90년대 초반 극심한 불황을 맞은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스피드 경영」이었다. 의사결정이나 물자의 조달 등과 같은 경영 프로세스를 단축해 원가를 최대한 줄여보자는 것이었다.이를 계기로 어떤 기업에서는 모든 시간을 돈으로 계산해 「시간=돈」이라는 새로운 공식을 내놓았다. 모든 경영 의사결정을 초단위로 관리한다는 「초관리」, 「분테크」라는 말도 생겨났다. 하지만 IMF체제라는 초유의 위기상황을 맞으면서는 이런 분, 초단위의 스피드 경영도 구세대 취급을 당하고 있다. 초단위 관리로도 부족해 공정간 또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시간간격을 아예 없애는 방안을 짜내고 있다. 이런 요구에서 생겨난 새로운 경영화두가 「리얼타임(REAL TIME) 경영」이다. 이를 위한 강력한 도구로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경영기법은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전사적 경영자원통합관리). 이 기법은 회계, 영업, 생산 등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 전체를 통합, 각 부서가 경영환경변화에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경영시스템이다. 각 부문과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업무를 컴퓨터로 처리하는 기존 정보시스템과 다르다. 냉장고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광주공장의 재고량은 제로다. 일선 영업사원들이 자신이 판매할 냉장고 수량을 컴퓨터에 입력하면 이 정보는 리얼타임으로 공장 생산부서의 컴퓨터로 모이게 되고 생산현장에서는 필요량 만큼의 냉장고만 생산하면 되기 때문이다. 구매부서에서는 이 정보를 토대로 구매량을 결정하게 된다. 최소한 일주일치의 재고를 확보해 놓고 생산과 영업, 구매가 따로 놀던 모습은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삼성전자는 이 시스템의 도입에 힘입어 1개 생산라인의 배치인력을 기존 230명에서 120명으로 줄였다. 1인당 하루평균 냉장고 생산량도 3.1대에서 6대로 늘었다. 회계부문을 시작으로 이 시스템을 도입한지 1년여만의 결실이다. 이처럼 리얼타임 경영은 사내의 모든 의사결정이나 경영정보의 열람, 업무프로세스 등을 컴퓨터의 리턴(ENTER)키를 치는 순간 이루어지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무흐름에서 발생하는 원가도 단순히 줄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없애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재구성, 총체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리얼타임 경영은 IMF체제 이후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전자 외에도 삼성전관, 삼성전기 등이 도입하고 있으며 올해말까지는 그룹 전체 계열사가 리얼타임 경영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현재 앤더슨 컨설팅과 함께 현대전자부터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LG그룹도 이달초 LG전자가 영업, 생산부문의 ERP시스템 도입을 마침으로써 리얼타임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LG그룹은 내년말까지 전 계열사에 이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며 대우와 SK, 효성그룹 등 주요 그룹들도 현재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개별기업 별로는 현대자동차, 한국중공업, 맥슨전자, 대한해운 등 200여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소기업들도 도입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ERP시스템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시스템 구축에 300억~600억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 또 회사상황이나 업종특성 등을 잘 고려하지 않으면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낭비될 수도 있다』 시스템 도입에 참여했던 LG전자 오세천대리의 지적이다. 【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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