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청년들이 앓고 있다] "해외에선 창업해 우주선 쏘는데 우린 틈새점포 돈벌이로만 생각"

■ '예비 우주인' 고산 씨 등 청년창업자 조언

3D프린터·소량생산공장 활용… 아이디어 하나로도 창업 가능


"해외에서는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한 기업이 우주선을 쏘고 있어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창업은 틈새를 노린 점포 하나로 돈 버는 걸로 생각해요."

고산(37·사진)씨는 '우주인이 될 뻔한 사나이'로 불린다. 대한민국 1호 우주인 도전에서 낙방한 예비 우주인 출신으로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찾다 창업 컨설팅을 꿈꾸게 됐다. 구글과 나사(NASA)가 실리콘밸리에 만든 10주짜리 대학 싱귤레리티(singularity)에서 단기연수를 받으면서다. 첫 시간 대학은 그에게 '10주 동안 10년 이내 10억명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라'는 과제를 냈다. 고씨는 "창업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적어도 전세계 10억명 이상의 사람이 내 상품을 쓰는 회사를 만들라는 취지"라고 과제의 배경을 설명했다.


대학은 4주간 거대한 시장을 공략할 첨단기술을 가르쳤고 주변 실리콘밸리 창업기업을 찾아 실제 감을 익히도록 도왔다. 학생들은 시제품을 만들 때 회원제로 비싼 장비를 빌려주는 테크숍을 이용했다. 이 같은 인프라 덕분에 모바일 카풀 애플리케이션 개발사인 '겟어라운드' 같은 회사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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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씨가 한국에서도 아이디어만으로 이 같은 창업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은 전세계적인 소규모 제조업 열풍 때문이다. 핵심 도구는 3D프린터다. 최근 30만원까지 가격이 내려간 3D프린터는 플라스틱을 비롯해 유리·금속·세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료를 켜켜이 쌓아 제품을 '출력'할 수 있다. 고씨는 "3D프린터로 재해지역에 공급할 집을 짓고 오른팔을 찍어 왼팔 의족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많은 청년이 창업을 시도할 생각을 못하거나 도전했다가 곧 포기하곤 한다. 고씨는 창업기업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도전정신이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이나 창업기업이나 한 가지 아이템을 두고 팀 단위로 경쟁하기 때문에 규모의 차이는 크지 않다. 오히려 대기업의 의사결정이 느릴 수 있다"며 "대기업들이 빨리 따라올 수 없는 기술을 만들고 계속 업그레이드하며 도전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씨가 말한 창업방식을 이미 수행하는 청년들도 있다. 입는 컴퓨터를 개발하는 '직토'는 대기업 전자 및 통신회사, 증권사에서 일하던 청년 셋이 뭉쳐 창업했다. 미 듀크대를 졸업한 김경태(31) 대표는 "정부 지원이 많고 3 프린터와 소량생산 공장을 활용하면 한국이 미국보다 창업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판매처를 넓히기 위해 미국을 주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시제품이 완성되면 퀵스타터에 올려 자금지원도 받을 생각이다.

한글과 컴퓨터 출신 기술자 4명이 창업한 쿠쿠닥스 역시 구글에 도전하는 젊은 벤처다. 인터넷에만 접속하면 워드와 엑셀·파워포인트를 바로 쓸 수 있는 클라우드 오피스가 이들의 무기다. 이유호(36) 대표는 "컴퓨터만 있으면 집에서도 창업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부담이 적다"고 전했다. 기술을 인정받은 쿠쿠닥스는 벤처투자가 '본엔젤스'와 중소기업청에서 총 7억원의 지원을 받았고 비즈니스 노하우와 네트워크도 얻었다. 이 대표는 "기술이 확실하면 자본이 많지 않아도 창업해 해외에 진출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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