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조선 국왕들의 일상·인간적 고뇌 엿보기

■ 조선의 왕으로 살아가기 (한국학중앙연구원 지음, 돌베개 펴냄)


세종은 스스로도 과로를 삼가야겠다고 했을 만큼 늘 열심히 공부하고 일했다. 그러나 앉아서 공부하고 일하기 좋아했던 세종은 육식을 좋아하고 비만했으며 운동하기를 즐기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다리가 아픈 풍병, 피부에 생기는 종기, 당뇨로 인한 소갈과 시력 저하, 비만으로 인한 관절 이상 등 다양한 성인병을 앓았다. 조선의 왕들 중 가장 타락한 사생활을 한 왕으로 꼽히는 연산군은 음주가무를 위해 수많은 기생들을 궁에 들였으며 정력 식품에도 집착했다고 전해진다. '연산군일기'에는 보양식품 섭취를 위해 창덕궁 후원에 동물원과 마구간을 두고 사냥을 했으며 특히 백성 생활의 근간인 말과 소를 정력에 좋다는 이유로 마구 소비하면서 지탄을 받았다. 한국사와 한문학을 전공한 학자 6명이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조선의 최고 권력자이자 한 인간이었던 조선국왕의 일상을 꼼꼼하게 복원했다. 각종 의궤와 기록물, 왕을 상징하는 궁중의 유물, 궁궐 등 다양한 왕실 관련 자료를 총동원함으로써 조선 왕의 일상 생활을 실감나게 구현했다. 왕은 새벽 5시경에 일어나 문안 인사를 받은 뒤 신하들과 만나 공부하고 국사를 논의하는 경연(經筵)에 참석한다. 경연이 끝나고 아침식사를 하면 공식 업무가 시작된다. 점심 후 다시 경연에 참석한다. 경연을 마치면 관리들과 만나 행정에 관한 보고를 받거나 민원을 해결한다. 오후 5시가 되면 공식 업무가 끝나지만 저녁 경연에 참석하거나 낮에 처리하지 못한 업무를 마저 본다. 최근 TV 드라마를 통해 비춰진 세종의 새로운 면모가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화면에서 표면적으로 접하는 권위적인 왕의 모습이 아니라 인간적인 고뇌와 정서, 그리고 개인적인 삶의 단편 등 다양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 책의 미덕이다. 2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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