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투입된 특수효과 "기대에 못 미친다" 평가<br>CJ엔터 "후반작업 다듬는 중… 작품엔 자신 있다"
| 이미지 출처=영화 해운대 포스터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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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엔터테인먼트가 국내 처음으로 시도하는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 ‘해운대(사진)’가 개봉 전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운대’는 무려 160억원의 총제작비를 투입하고 설경구ㆍ하지원ㆍ박중훈ㆍ엄정화 등 초호화 캐스팅과 할리우드 특수효과 팀이 참여해 기대를 모은 대작이지만 영화가 예상했던 수준에 못 미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대’는 극장 수익만으로 계산했을 때 손익분기점(BEP)을 넘으려면 적어도 500만~600만명의 관객이 찾아야 된다. 그런 이유로 ‘해운대’가 2006년 개봉 당시 흥행 참패로 고배를 마셨던 장동건 주연의 ‘태풍’과 닮은꼴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문은 충무로 스텝들 사이에서 영화 후반작업 이전부터 퍼지기 시작해 이제는 충무로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비밀’이 된 상황. CJ엔터테인먼트 측을 가장 크게 당혹스럽게 만드는 대목은 특수효과 부문이다. 특수효과는 이번 작품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영화 작업 결과를 열어보니 투자대비 효과가 턱없이 낮게 나왔다는 평가가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작품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퍼펙트 스톰’과 ‘투모로우’에서 컴퓨터그래픽(CG)을 맡았던 한스 울릭이 참여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한스 울릭은 할리우드 톱 기술자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해운대’에서 제 값을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해운대’의 특수효과 비용은 순 제작비 130억원의 40%에 달하는 50억원이 투입됐다고 하니 소문이 사실이라면 CJ엔터 측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난해 계약을 달러로 체결한 탓에 환차손까지 입어 순제작비가 당초 목표했던 120억원을 초과한 130억원으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무로 전문가들은 ‘비용 대비 효과적이지 못할 우려가 높다’며 할리우드 팀에 컴퓨터 그래픽을 맡기지 말고 국내 CG팀을 추천했지만 여러 가지 내부 사정으로 인해 한스 울릭이 총괄 담당자로 고용됐던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충무로의 한 영화 감독은 “CJ엔터가 할리우드라는 타이틀에 현혹돼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컴퓨터 그래픽 전문가로 고용한 것 아니냐”면서 “재난 영화라는 스케일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감독과 스텝들이 뒤늦게 후반작업으로 영화를 대대적으로 손보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를 입증하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일반적으로 100억원 이상이 투입된 영화의 경우 개봉 전부터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면서 영화를 알리는 게 관례다. 대표적으로 언론 기자들을 상대로 한 시사회 날짜가 언제로 잡히는 지가 ‘바로미터’로 사용된다. 영화에 자신 있을 경우 기자들의 든든한 후원을 얻기 위해 개봉일보다 보통 2주, 빠르면 한달 전부터 시사회를 여는 게 불문율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반인을 상대로 한 무료 시사회와 VIP 시사는 물론 유료 시사회까지 연다는 것을 감안하면 개봉일(7월 23일)보다 불과 1주일 전인 7월 16일에 언론 시사회를 잡은 것을 보면 충무로 안팎의 소문이 허언이 아닐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반대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세부적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 작업으로 인해 후반작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게 그 이유다.
물론 흥행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해운대’가 CJ엔터테인먼트 측에는 2009년 한해 ‘농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작품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상반기 개봉했던 ‘유감스러운 도시’ ‘마린보이’ ‘그림자 살인’ ‘박쥐’ 등의 흥행 실적이 좋지 못했던 탓에 ‘해운대’마저 흥행에 실패할 경우 CJ엔터는 지난해 달성했던 흑자기조를 올해는 이어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여성 CEO로 발탁돼 주목을 받았던 김정아 대표이사의 입지도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 & 미디어 총괄 부회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어 대표이사에 취임했지만, 2009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 김정아 대표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컴퓨터 그래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후반작업은 만질수록 좋아지는 것이고, 좀더 세심한 작업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개봉할 때까지 후반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팬들께서는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해운대’는 일본 대마도가 침몰하면서 생긴 강력한 쓰나미가 부산 해운대 앞바다에 밀려오면서 벌어지는 평범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로 ‘1번가의 기적’ 등 코미디를 연출한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