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황이 극도로 나빠지면서 하이닉스반도체가 이달부터 신규 투자를 전면 동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닉스는 또 내년 투자도 올 예상액보다 30% 이상 대폭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가 이처럼 새로운 투자를 중단ㆍ축소함에 따라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물론 미국 마이크론과 대만 반도체 업계의 설비 확충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닉스의 한 고위관계자는 24일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계속해서 악화됨에 따라 9월부터 당초 예정했던 투자를 동결했다”고 밝혔다. 하이닉스는 올해 총 3조6,000억원을 투자하려 했지만 시황이 좋지 않아 이를 2조6,000억원으로 줄였으며 이중 지난 상반기에 1조9,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하반기에는 이중 남은 7,000억원을 투자하려 했지만 예상분 중 일부분만 지난 7~8월에 집행하고 나머지는 전면 동결에 들어간 것이다. 하이닉스는 이와 함께 내년 투자분도 현금창출능력(EBITA) 범위 내에서만 집행한다는 계획 아래 투자 규모를 1조~2조원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 경우 내년 투자액은 애초 계획분(3조6,000억원)의 절반, 수정 투자 예상액(2조6,000억원)의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닉스가 이처럼 투자액을 줄인 것은 반도체 시황 악화로 낸드플래시의 영업이익률이 -60%에 이르는 등 손실이 커지면서 감산에도 불구하고 4ㆍ4분기에는 적자가 불가피하고 반도체 시황의 침체가 내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닉스의 투자 동결은 여타 반도체 업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수위인 삼성전자는 올해 투자 계획은 계획대로 집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메모리 반도체 투자는 당초 계획한대로 연간 7조원에 맞춰 진행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시황이 계속해서 나빠질 경우 내년 투자분을 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샌디스크 인수에 수조원의 자금이 들어가는데다 침체된 시황 속에서 무리한 투자에 나설 경우 회사의 체력 자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내년에는 마이크론과 일본 엘피다 등 경쟁 업체들의 투자도 20% 이상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마이크론과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인 독일 키몬다와 대만 업체들은 투자 계획을 더욱 줄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업계는 내년에도 감산과 투자 감축이라는 대대적인 ‘축소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