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너무 점잖았다

제6보(57~66)



이영구는 흑57로 움직였다. 흑이 이 방면을 외면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한 수로 크게 키울 지역이 있다면 과감하게 손을 빼고 그리로 달려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곳이 없다. 백64까지는 이렇게 되는 자리. 다음 흑의 행마가 어려웠다. 이영구는 3분의 숙고를 거쳐 흑65의 행마를 선택했다. 제한시간이 10분밖에 되지 않는 속기바둑에서 한 수에 3분을 쓴 것은 그만큼 갈등이 컸다는 얘기가 되는데 강동윤은 흑65를 너무 점잖은 수였다고 지적했다. 그가 제시한 대안은 두 가지였다. 그 첫째는 참고도1의 흑1. 이것이면 백은 2로 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때 흑3으로 씌워간다. 백은 4로 받지 않을 수 없는데 그때 흑5로 다부지게 지키면 전체적으로 흑이 편한 바둑이었다는 것. 그 둘째는 참고도2의 흑1로 꼬부리는 것. 백4까지 응수시키고 흑5로 선제공격하면 백은 두 집 내기에 급급하게 되고 흑은 우상귀 일대를 모두 무혈 점령하게 된다는 것. 실전은 백66의 침입이 득의의 수가 되고 말았다. 도대체 왜 이영구는 실전보의 흑65로 행마를 했던 것일까. 참고도1의 흑1은 아래쪽 흑의 두터움과 호응하는 힘이 약하다고 본 것이고 참고도2의 흑1은 백에게 하변쪽 흑의 세력을 삭감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싫었던 것이다. "어쨌든 강동윤은 백66의 침입에 손을 돌릴 수 있게 돼서 만족했다고 그럽디다. 다소 밀리는 것 같던 형세도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해요."(홍상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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