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생사의 기로에 내몰렸던 미국의 자동차 '빅3'가 되살아나고 있다. '빅3' 가운데 유일하게 정부지원을 받지 않았던 포드는 지난 상반기 중 10년 만에 최대규모의 흑자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나란히 파산보호 신청을 해야 했던 GM과 크라이슬러도 신흥시장에서의 선전과 신제품 호조에 힘입어 영토회복에 나서고 있다. 지난주 실적발표의 주인공은 포드였다. 캐터필라ㆍUPSㆍ애플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성적을 발표했지만 포드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ㆍ뉴욕타임스 등 주요 매체들은 별도의 분석기사를 게재하는 등 비중 있게 다뤘다. 포드는 지난주 금요일 콘퍼런스콜에서 2ㆍ4분기 중 26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5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고 발표했다. 또 상반기 전체 순이익도 46억달러로 지난 1999년 72억달러 이후 가장 많았다고 발표했다. 미국시장 점유율도 지난 2ㆍ4분기 중 16.9%로 전년 동기에 비해 0.5%포인트 뛰었다. 앨런 멀랠리 포드 최고경영자는 "빼어난 상반기 실적에 힘입어 우리는 마땅히 (우리가) 있어야 할 곳으로 향하고 있다"며 "새로운 제품과 유연한 글로벌 생산체계가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미국을 대표했던 GM은 수년간 공들여온 중국시장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회복세를 타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상반기 중 GM의 중국시장 판매량은 120만대로 미국에서의 판매량 108만대를 사상 처음으로 추월했다고 보도했다. GM은 뷰익 라크로스, 시보레 크루즈 등의 신차를 미국시장보다 중국에서 먼저 공개할 정도로 신흥시장에 중점을 둬왔다. GM은 지난 1ㆍ4분기 중 8억6,500만달러의 순이익을 거둬 1ㆍ4분기 실적으로는 지난 2007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던 점에 비춰 엄청난 턴어라운드인 셈이다. 2ㆍ4분기에는 순이익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시장의 공통된 전망이다. 팀 둔 JD파워 글로벌 자동차팀장은 "GM은 소비자들의 기호에 철저히 맞추고 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시장의 선전 외에도 허머 사브 등 적자 브랜드 매각하고 폰티악 새턴 등을 폐쇄한 것도 수익증대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빅3' 가운데 가장 생사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이탈리아계 자동차사인 피아트로 경영권이 넘어간 크라이슬러도 2ㆍ4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회생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르조 마르키온네 피아트 및 크라이슬러 CEO는 최근 애널리스트 등과 가진 콘퍼런스에서 크라이슬러가 1ㆍ4분기에 이어 2ㆍ4분기에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 1ㆍ4분기에 1억4,3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바 있다. 회생의 길로 접어들긴 했지만 '빅3'가 넘어야 할 과제 역시 여전히 많다. 가장 형편이 나은 포드만 하더라도 아직도 273억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는 상태다. 올 상반기 이자만도 9억5,100만달러에 달한다. 경기회복세의 지속 여부 또한 이들 '빅3'의 회생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미국시장의 자동차 판매량은 98만여대로 전월 대비 10% 이상 줄었다. 올 전체 판매량 역시 연초 전망치였던 1,250만대에 못 미치는 1,150만~1,2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셸리 롬바드 김미크레디트(Gimme Credit) 애널리스트는 "경제가 큰 변수다. 글자 그대로 고용 없는 경기회복세가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위축시키면 자동차 판매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