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9월 11일] 9월 위기설의 생명력

‘9월 위기설’의 시점인 9월에 접어든 지 열하루째를 맞는다. 주가와 환율이 큰 폭의 출렁임을 반복하고 있지만 소문과 같은 대란은 없었다. 시간적 확률로만 보자면 위기발생 가능성의 3분의1은 해소된 셈이다. 성급하게 입방정 떠는 짓일지 모르나 나머지 3분의2 가능성도 현실화하지 않으리라 본다.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 ‘위기는 없다’는 정부 입장에 100% 공감하기 때문이다. 미국정부의 모기지 업체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으로 글로벌 신용경색 완화가 기대되고 내부적으로도 위기설의 빌미였던 외국인 보유채권의 만기 집중일인 지난 9일과 10일도 탈없이 넘어갔다. 위기발생 가능성 제로에 가까워 다 아는 대로 9월 위기설은 외국인 보유 채권의 만기가 9월에 몰려 있는데 이걸 재투자하지 않고 모두 팔아 빠져나가면 달러 부족으로 제2의 외환위기를 맞을 거라는 시나리오다. 위기설은 시간이 가면서 구실이 될만한 악재들이 죄다 가세해 점점 그럴싸하게 포장됐다. 경상수지 적자확대, 외환보유액 감소, 단기외채 증가와 순채무국 전환, 가계 및 부동산발(發) 금융부실 우려, 일부 기업의 유동성 악화설 등이 보태져 위력을 더해간 것이다. 정부는 위기설의 근거가 없다고 했지만 그건 틀린 진단이다. 9월 만기 외채규모는 67억달러로 다른 때보다 많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타격을 입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그간 국내 주식을 줄기차게 팔아 자금을 뺐다. 7월에는 채권에서도 순매도가 나타났다. 외국인들이 9월 만기 채권도 대거 처분할지 모른다고 우려할 만한 근거가 분명히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그게 외환유동성 위기로 번지리라는 것은 논리의 지나친 비약이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조금 약화되기는 했지만 그 정도를 감당하지 못할 만큼 허약하지 않다. 외채는 실제로 빚이라고 할 수 없는 조선업체 등의 환헤지 물량 등 그 성격을 감안하면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외환보유액도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 기업실적도 고유가 등으로 다소 둔화됐다지만 여전히 견실한 편이다. 그러니 국가부도 상황에서나 일어나는 외국자본의 국내시장 동시이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분위기에 쓸리지 않고 냉정하게 논리적으로 접근하면 위기설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게 정부의 해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위기설은 가라앉지 않았다.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잃은 탓이며 신뢰상실은 환율정책에서 보듯 오락가락 정책과 부처간 엇박자 등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할 게 있다. 바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문제다. 위기관리 능력부재가 소문 키워 위기설은 연초부터 불거졌다. 4~5월께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때부터 구체적인 데이터와 분석으로 적극적인 진화에 나섰어야 했다. 그런데 미온적이었다. 청와대ㆍ기획재정부ㆍ금감위ㆍ한국은행 등 어느 곳도 위기론에 특별히 귀 기울이는 모습이 안 보였다. 어쩌다 나오는 해명도 막연히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식이었다. 그러다 8월 들어 외국인의 채권 순매도, 외채증가 사실이 발표되고 일부 외신들의 위기설 보도로 시장 분위기가 흉흉해지자 그제야 심각성을 깨닫고 진화에 나섰지만 때가 늦었다. 불길이 이미 번질 대로 번진 터라 쉽게 잡히지 않은 것이다. 일찌감치 시장흐름을 주시하면서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움직였더라면 위기설의 생명력은 진작 끝났을 것이다. 정부가 위기관리 능력 부재를 드러낸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광우병 괴담 때도 그랬다. 처음에 안이하게 생각하고 손을 놓고 있다가 사태가 악화된 것 아닌가. 이런 정부를 보는 국민들은 조마조마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팀이 잘하고 있다고 했지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정부가 위기를 수습하기는커녕 더 키우는 일이 앞으로 더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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