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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드라기, ECB 차기 총재 최상의 선택

유럽연합(EU)은 그동안 고위직에 별 볼 일 없는 사람을 임명하고는 했다. EU 각국 지도자들은 개인의 객관적 능력보다는 자국 이익, 지정학적 균형,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워 EU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 다행히 올해 6월 차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내정하는 자리에서는 이러한 관행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독일 정부가 아직 공식 견해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EU는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를 차기 ECB 총재로 선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현지시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그를 지지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드라기 총재는 금융 현장 실무 경험이 풍부하고 해당 지식도 해박하며 정치적 독립성과 리더십도 갖춰 ECB 총재 최적임자로 평가받았다. 몇몇 독일 주요 인사들은 드라기가 남유럽 국가 출신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미온적으로 대처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드라기의 경제 관념과 ECB 총재 임무를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결과다.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설사 그가 그런 마음을 품고 있다 하더라도 드라기는 최근 5년간 그래왔던 것보다 훨씬 더 매파 기조로 돌아설 것이다. 그는 ECB 총재 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독일 주요 인사들의 동향을 매일 주시하고 있으며 ECB 통화정책을 거스르는 남유럽 국가들의 방만한 재정정책을 언제든지 비난할 준비가 돼 있다. 프랑스 출신 장 클로드 트리셰 현 ECB 총재는 유로존이 탄생하기 전 반(反)인플레이션과 강(强)프랑 정책을 추진해 독일의 신뢰를 얻었다. 드라기도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에게 닥친 가장 큰 문제는 유로존 은행 시스템을 안정시키기 위해 ECB가 지난 3년간 시장에 푼 대규모 긴급 유동성이다. 트리셰는 이 통화정책을 정당화했지만 ECB는 유로존 부실 은행들에 지나친 유동성을 투입했다. 드라기는 올 11월 ECB 총재 자리에 공식 취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이전에 계속해서 은행들을 대상으로 엄격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할 것을 주문해야 한다. 그리고 각국 정부는 그 결과에 맞춰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트리셰 체제 하에서 ECB는 유로존을 위협했던 불길을 진화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드라기 체제에서도 유로존은 화마에 휩싸일 것이다. 그러나 드라기는 불길을 잡을 호스를 손에 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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