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건설업계의 엇갈린 상생지표

지난주 국내 건설업체의 대표 모임인 대한건설협회와 전문건설협회에서는 다소 엇갈린 보도자료를 내놨다. 대한건설협회는 지난해 대형 건설사들의 하도급 현금결제비율이 늘고 상생협력도 강화됐다고 밝혔지만, 불과 3일 후 전문건설협회는 불공정 거래로 하도급 건설업체들의 부도율과 폐업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엇갈린 상생 지표가 나온 이유는 국내 하도급이 대부분 중소 건설사들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 산업에서 하도급 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으며 그 가운데 80% 이상은 중소 건설사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추산이다. 반면 대형 건설사는 일반인의 예상과 달리 국내보다는 해외건설 시장에 주력해 국내 하도급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하도급업체의 부도와 폐업률 증가는 중소 건설사가 원인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중소 건설사를 탓할 상황이 아니다. 공공 발주 물량과 수도권 외곽 주택사업에 의존하는 중소 건설사는 여전히 심각한 유동성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너도나도 생존을 위해 저가 낙찰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하도급에 각종 부담을 떠넘기는 불공정 관행도 여전한 실정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만 2,000여개가 넘는 국내 종합 건설사 가운데 지난해 실적이 전무한 건설사의 비중이 70%에 달했다. 올해는 이들의 주요 먹을거리인 공공 발주 물량이 더욱 줄어들 전망이고, 수도권 외곽의 주택 경기도 전혀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최근 부도난 중소 건설사가 일부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지만 이 역시 '착시효과'라는 분석이다. 워크아웃 상태인 건설사는 산소호흡기만 떼면 바로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생존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하도급업체에 대한 불공정 관행을 고치라는 것은 '사치'뿐일 수도 있다. 건설경기가 일부 회복세를 타고 있다지만 그 밑바닥은 여전히 골병 들어있다. 대형 건설사의 화려한 실적과 해외 건설 700억달러 수주라는 '장밋빛' 통계에 갇혀 있다가는 언제 곪은 곳이 다시 터져 위기를 가져올지 모른다. 정부가 건설업계의 효율적인 상생 방안을 좀더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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