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시승기] 벤츠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 아방가르드'

힘·연비 우수 … 고속 구간 안정감 돋보여

엔진·모터 힘 배분 문제로 가속할 때 덜컹거림 발생



지난해 11월 국내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의 하이브리드차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 아방가르드'는 국내 친환경·고연비 차 시장에서 큰 의미를 갖는 모델이다.

그간 도요타가 주도한 세계의 하이브리드차 시장은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형태로 발전했다. 그러나 메르세데스-벤츠가 이번에 내놓은 모델은 디젤 엔진에 전기모터를 붙였다. 디젤을 이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더 높은 연비를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힘에서도 가솔린 하이브리브보다 우수하다. 저속 구간에서의 토크와 발진력이 우수하다는 디젤 엔진의 장점을 고스란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시승한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는 2,143㏄ 직렬 4기통 디젤엔진에 20㎾ 모터를 결합해 17.2㎞/ℓ의 공인연비(복합)을 달성했다. 같은 엔진을 채용한 E클래스의 디젤차 'E220 CDI'의 공인연비인 16.3㎞/ℓ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가격은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차가 8,110만원으로 6,190만원의 E200 CDI보다 훨씬 비싸다.

이 정도 차이라면 몇 년을 타도 차값을 상쇄할 정도로 기름값을 아낄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 차는 실용적인 가치 기준으로는 고르기 어려운 차다. 하이브리드차를 탄다는 자부심과 즐거움, 환경을 위해 조금이라도 기여하겠다는 마음으로 선택해야 하는 차다.


차에 타 시동 버튼을 누른 뒤 계기반을 살펴봤다. 도요타 렉서스,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차는 엔진회전수를 보여주는 타코미터(tachometer)가 없다. 그러나 이 차는 속도계 오른쪽에 타코미터가 있고 왼쪽에는 모터가 얼만큼의 힘을 쓰고 있는 지를 나타내는 바늘이 있다.

관련기사



이 차는 시속 35㎞까지 모터만의 힘으로 최대 1㎞를 주행할 수 있다. 또한 시속 100㎞ 정도의 고속에서도 가속없이 정속주행한다면 엔진을 끄고 모터만의 힘으로 달릴 수 있다. 이 때 타코미터는 '0'에 머물게 되는데 엔진과 모터가 어떻게 힘을 나눠 쓰는 지를 계기반으로 확인하면서 달리는 것은 색다른 재미다.

기름을 가득 채우고 경부고속도로를 시속 100㎞로 정속 주행해 봤다. 그랬더니 남은 기름으로 최대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1,000㎞ 넘게 표시된다. 하이브리드차는 가다서다 반복하는 길에서 일반차보다 상대적 효율이 높다. 그러나 이 차는 고속도로 정속 주행에서 더 높은 연료효율을 발휘한다.

전반적으로 차의 힘은 좋다. 최고출력은 204마력으로 그다지 높지 않지만 51.kg·m인 최대 토크가 1,600~1,800rpm에서 나와 초반 발진감이 대단히 뛰어나다. 고속 구간에서는 7단 변속기의 안정감이 돋보인다. 안전 최고속도는 242㎞/h, 정지 상태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제로백)은 7.5초다. 고속도로 위주로 장거리를 자주 뛰는 운전자들이 참고할만한 점이다.

또 하나의 장점은 다른 브랜드의 하이브리드차와는 달리 배터리를 엔진룸에 배치한 부분이다. 하이브리드 차는 보통 배터리를 뒷좌석 뒷부분에 배치해 트렁크 공간이 적다. 그러나 이 차는 그런 고민을 해결했다.

단점은 가속할 때 엔진과 모터의 힘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차가 때론 덜컹거린다는 점이다. 적절한 변속 시기를 놓쳐 엔진에 과부하가 걸리고 변속 충격이 발생하기도 한다. 사람으로 치자면 뭔가 판단을 못해 우왕좌왕하는 것과 같은 모습인데 이는 메르세데스-벤츠답지 않은 촌스러움으로 느껴진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