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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5만원권 23일부터 유통] "물가 자극 과소비 조장 가능성" 우려
입력2009.06.17 17:24:49
수정
2009.06.17 17:24:49
"화폐적 환상으로 상품·음식값상승 부추길것" 주장<br>한은선 "물가변동 사례없고 10만원 수표 이미 통용"
| 5만원 신권이 23일부터 시중에 유통된다. 경북 경산시에 있는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 직원이 5만원권 신권의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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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23일 시중에 유통될 5만원권이 물가를 더욱 자극하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품 가격 인상은 물론 이른바 ‘화폐적 환상’에 따른 과소비 조장 등으로 물가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걱정이다.
물론 한국은행은 고액권이 발행됐던 시점의 국내외 사례를 볼 때 물가 변동은 거의 없었고 특히 이미 10만원짜리 수표가 통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5만원권 발행이 물가를 자극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 내부에서는 최근의 물가 상승세가 만만치 않아 5만원권이 인플레에 뜻밖의 복병이 될 수 있다면서 예의주시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고액권 발행으로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는 측은 5만원권이 결국 상품 가격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상품의 경우 용량이나 신기능을 추가하면서 가격대를 5만원선에 맞추는 식이다. 예컨대 4만원 중반의 상품을 약간 변형하면서 5만원짜리, 혹은 4만9,000원 등으로 인상할 수 있다는 것. 만약 상품의 주력 가격대가 3만~4만원대였다면 점진적으로 5만원대로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최근 유통업체가 일제히 5만원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점이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특히 많은 사람이 자주 이용하는 식당 등에서의 음식 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다. 4만원짜리가 5만원으로 올라갈 수도 있고 새로운 5만원짜리 메뉴가 생길 가능성도 충분하다. 서비스의 경우 더욱 손쉽게 5만원짜리 상품이 나올 수 있다. 과거 3만~4만원에 맞춰져 있던 가격 눈높이가 자연스럽게 5만원대로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5만원권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한단계 올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는 셈이다.
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고액권을 발행한다고 해도 이론적으로는 소득ㆍ물가ㆍ환율 등 실물경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화폐의 수요에도 변함이 없다”면서 “그러나 실제로는 고액권을 발행하면 ‘화폐적 환상’이 생겨서 물가를 올리고 자원배분을 왜곡하는 등 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과소비 조장 가능성도 우려된다. 우혜경 소비자시민모임 대외협력팀장은 “5만원권을 사용해보려는 과시형 소비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이는 경기활성화에 도움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계획되지 않은 소비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한은은 고액권이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승윤 한은 발권정책팀장은 “지난 2002년 EU에서 유로화를 도입할 때 500유로(한화 약 80만원)에 달하는 고액권이 발행됐으나 당해 물가 수준은 전년도와 비슷했고 우리나라에서도 1973년 인플레가 심각할 당시 고액권인 1만원권이 나왔지만 물가는 들썩이지 않았다”면서 “국내외 실증적 분석 결과 고액권이 물가를 자극한다는 주장은 논리적 근거가 약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현재 10만원짜리 자기앞수표를 현금처럼 사용하고 있는데 5만원권이 나온다고 해서 국민들이 지갑을 더 열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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