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평창서 눈 즐기는 아프리카인 기대하며


지난주 우리 모두는 밤샘하면서 한반도의 대척점에 해당하는 남아프리카에서 이루어진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서 평창의 승리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우리 사회 최고의 지도자들이 보여준 단결과 애국적 노력에 감동하기도 하고 대회 유치가 갖는 가치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성숙함을 느끼기도 했다. 아마도 이번처럼 아프리카가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온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프리카는 엄청나게 큰 대륙임에도 하나의 먼 나라라고 취급하는 것이 우리 식견의 현주소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아프리카야말로 세계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대륙이다. 지난 1990년대 말 탄자니아의 다르에스살람대 역사학과 객원교수로 가 있으면서 놀란 점은 중세 중국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한 일이다. 해안을 따라 늘어선 고대 중세의 무역도시들에는 중국의 도자기편이 없는 곳이 없다. 명나라 장수 정화가 함대를 이끌고 아프로유라시아 대륙의 해안을 따라 긴 항해를 한 이유를 알만하다. 왜. 향신료 때문에? 오늘날 남아프리카는 다이아몬드가 대단히 중요한 무역품목이지만 당시는 금(金)이었을 것이다. 중국 도자기편들의 흔적은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짐바브웨의 거대한 석성도시 스톤시티에서도 발견된다. 바로 금의 주산지 중의 하나이다. 중국 도자기와 아프리카 금의 교역을 위해 황해연안에서 시작되는 긴 무역항로는 말레이반도를 지나 인도를 돌아 오늘날 해적들이 출몰하는 소말리아의 '아프리카의 뿔'을 지나 잠베시 강을 따라 짐바브웨까지 이어졌던 것이고 아마도 수년씩 걸렸던 중국 도자기의 항로였을 것이다. 과거 수년씩 걸렸을 도자기 길은 이제 더반에서 평창까지 비행기로 하루면 충분하다. 아프리카는 우리에게 게릴라들의 전투, 집단 살상, 에이즈의 원산지, 굶주림, 부패문화 등 좋지 않은 생각들이 먼저 떠오르는 대륙이다. 또 수단의 고(故) 이태식 신부 스토리에서 보다시피 엄청난 아픈 삶이 있는 곳이고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또 한편 인류의 발상지이고 오늘날 지구의 모든 현생 인류들의 고향이다. 우리가 디지털 세계에서 게임을 하는 즐거움보다도 훨씬 멋진 야자수 밑에서 지긋이 눈 감고 바람을 즐기는 행복이 있는 곳이다. 어쩌면 행복지수는 그들 세상이 우리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 이번의 더반의 이벤트가 아프리카를 가깝게 만들어 우리가 많이 진출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고 사라지는 킬리만자로 산의 눈을 우리 평창에서 즐기는 아프리카인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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