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사회대타협, 더 미룰순 없다] "사회구성원 모두 '타협=상생' 인식해야"

<3부-4>한국형 모델을 찾아라-새로운 사회를 위한 제언 (좌담)<br>'비즈니스 프렌들리'론 사회갈등 해결 어려워<br>고용불안 해결 급선무 勞·使·政 머리 맞대야<br>이슈 일괄타결 보다는 우선순위 정해 해결을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임상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최경수 KDI 연구위원

“사회 구성원의 합의와 이해. 이를 바탕으로 한 사회 대타협이 최근의 위기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돌파구로 작동할 것이다.” 서울경제는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지난 2월28일부터 11회에 걸쳐 게재한 기획 시리즈에서 지금이야말로 각 경제주체 간의 ‘사회 대타협’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해외 각국을 현장 취재하면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노력을 살펴보고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창조적 모델이 도출될 수 있는지 탐색했다. 이번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사회 대타협의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다시 한번 점검, 확인하기 위해 우리 사회 전반의 변화를 심도 있게 추적해왔던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임상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을 초빙했다. 2월22일 본사 11층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때로는 안타까운 심정을, 때로는 열정의 대안을 쉴 새 없이 토해놓았다. ▦김호기 교수=우리 사회에도 노사정위원회로 대표되는 대타협의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참여정부 5년을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가 더 분열된 것은 아닌가, 갈등이 더 커진 것은 아닌가 하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사회 대타협의 필요성은 높아졌지만 정작 대타협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거지요. 이런 점에서 우리보다 앞서 대타협에 나섰던 유럽 국가의 경험을 살펴보는 것도 유익할 듯합니다. ▦임상훈 교수=유럽 국가에서의 사회 대타협은 시대에 따라 내용이 달라집니다. 1960~1970년대 대타협은 노조가 임금인상 억제를 받아들이면 기업은 일자리를 보장하고 정부는 물가를 억제하는 식으로 주고받기식으로 이뤄졌지요. 그런데 1980년대 들어 경제위기가 닥치자 재정적자 등에 직면한 정부가 더 이상 줄 만한 게 사라졌습니다. 때문에 기존의 연금 시스템 개혁을 요구하는 형태로 바뀐 겁니다. 결국 이 당시 대타협은 노사정이 함께 중요한 사회정책에 대해 고민하는 식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우리가 처한 현재 상황과 여러모로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요. ▦최경수 연구위원=우리와 유럽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전반적인 제도나 행정수준의 격차를 감안해야 한다고 봅니다. 참여정부가 복지 투자를 늘렸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도 합의구조나 정책방향보다는 실행으로 옮기는 조직이나 제도의 추진력이 부족한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사회여건을 보면 유럽과 달리 세계화 과정에서 심화된 취약계층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는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졌다는 얘기지요. ▦임 교수=아일랜드 사례에서 흥미로운 것은 사회 대타협이 사회경제 발전과 함께 진화했다는 점입니다. 초기에는 대타협이 경제위기의 탈출수단에 불과했지만 이후에는 사회통합을 위한 방법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취약계층을 사회에서 받아들이고 그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수준까지 도달한 거지요. ▦최 연구위원=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직후 대규모 구조조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노사 또는 노정 간 협상이 사회 갈등을 치유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빈곤 확대가 현안으로 떠올랐고 노조 차원에서 이를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게 사실입니다. 소득격차가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는 정부 정책이 빈곤층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다시 말해 갈등을 치유하는 구조도 다른 식으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사회 대타협이 단순히 노동자와 사용자를 대변하는 계층만의 협약이 아니라 보다 넓은 계층을 포괄하는 쪽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봅니다. ▦김 교수=무엇보다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합의를 통해 풀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큰 욕심 부리지 말고 당장 현안으로 부각된 문제부터 중장기적으로 풀어나가면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각계각층의 갈등에 따른 과도한 비용을 지불했다는 점을 중시해야 합니다. 그래서 좀 더디더라도 대타협의 길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임 교수=저는 갈등이 주는 순기능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설령 불안요인이 많더라도 이를 사회 내부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해외자본 유치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요즘 힘들어하는 것은 임금이 높아진 탓도 있겠지만 불확실성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지요. 사회 대타협도 사회발전을 이뤄나가는 데 불확실성을 통제하는 기능의 하나로 봐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불확실성이나 갈등이 크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해법을 써야 하는데 시장이나 정부에만 맡길 수는 없다고 봅니다. ▦김 교수=과거 노사정위나 국민대통합연석회의 등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의 경우 어느 개별집단이 의견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기는 상당히 어려워도 비토권은 확실히 행사합니다. 대타협을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이 신뢰라고 생각하는데 신뢰가 없어요. 타협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얘기지요. 이런 측면에서 보면 지난 10년 중도개혁적 성향 정부들이 시도한 대타협의 사례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면도 적지않습니다. ▦최 연구위원=노사정위가 우리나라 경제위기 당시에 기능을 발휘한 것은 인정하지만 이후 운영과정에서 계속적으로 파행을 겪었습니다. 우리나라 노동관계 구조의 경우 아무래도 조직률이 낮아 대변할 수 있는 범위도 작고 국민적인 이슈를 다루지 못하는 한계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설기구로서의 노사정위 같은 틀은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 교수=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노사정위 존치 여부에 대해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만 새 정부 들어 사회 대타협 가능성이 낮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현 정부를 지지하는 대기업은 대타협을 원하지 않고 대기업 노조 역시 타협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타협이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대기업들도 정부에 지속적인 지지를 보내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정부는 중소기업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정치적 기반 확대를 위해 취약계층을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겠지요. 타협에 나서더라도 다소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 교수=대통령 본인이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라고 말했었지요. 다양한 대립세력을 모두 다 끌어안겠다는 게 아니라 기업 부문을 중시하겠다는 얘기지요. 물론 이것도 세계화 시대에서 살아 남는 유효한 전략 중 하나일 수 있어요. 그런데 개인적인 견해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비즈니스 프렌들리만으로 풀 수는 없다는 겁니다. 사회 내의 이익 조정도 가능하지 않지요. 이런 점에서 보면 여전히 협약이 유효한 방식인데 현실적 조건이 상당히 취약해진 것은 분명합니다. ▦최 연구위원=일방적으로 친노동이냐, 친기업이냐를 판단하기보다 협약의 유효성을 주제별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타협이 필요한 이슈가 무엇인가’라는 거지요. 예를 들어 비정규직 문제 같은 것은 타협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청년실업이나 빈곤 문제 등은 협약 이외에 다른 접근방법도 있기 때문에 타협이 우월한 방법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노사정위가 원활하게 활동하지 못했던 것도 너무 많은 이슈를 협약으로 풀기 위해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협약의 현실성 여부는 그때그때 주제에 따라 판단돼야 합니다. ▦임 교수=우리 사회의 가장 큰 현안은 고용 문제입니다. 고용 있는 경제성장이 이뤄져야 하고 양질의 고용이 보장돼야 합니다. 이는 노사정이 각각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아닙니까. 그래서 노사정이 모여 대화의 과정을 거쳐 해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타협이라는 것이 본래 ‘차선’ 인데요. 중요한 건 사회 구성원 중 어느 한 주체에게만 ‘최선’이고 나머지에게는 ‘최악’인 것과 모두에게 ‘차선’인 것 중 어느 것이 이익일까 하는 겁니다. 모두에게 차선이 되는 쪽이 더 나은 해법일 수 있다고 봅니다. ▦김 교수=이명박 정부나 각 정치세력은 타협이나 협약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타협의 정신은 다른 식으로 말하면 상생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회의 강자와 약자가 모든 살자는 것입니다. 국민 다수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바로 이런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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