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월 5일] '비정규직법 개정' 군불 그만 때라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지난 3일 한 TV방송의 신년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금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대량해고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는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제한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당국자가 비정규직 사용제한 기간 연장에 대해 ‘4년 이상’이라는 구체적인 안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계의 강력 반발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법 개정은 이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24일 부처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에게도 사용기간 연장 방침이 보고됐다. 노동부는 법 개정 시점에 대해서도 올해 초, 즉 오는 2월 임시국회까지로 못박았었다. 기업들이 올해 인력운용 계획을 짜기 전까지 비정규직법 개정 논의가 마무리돼야 한다는 입장에서다. 하지만 정부ㆍ여당의 법률안 제출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겉으로는 노사정위원회의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를 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이유가 있다. 입법 과정이 오래 걸리는 정부 입법은 이미 물 건너갔고 남은 방법은 의원 입법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 누구도 ‘총대’를 매려고 하지 않는다.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해서다. 정부ㆍ여당은 궁여지책으로 노동정책을 담당하는 제5정조위원장이 대표 발의하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이마저도 당 내외의 반발에 부딪혀 유야무야됐다. 특히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이 환노위와 초선 의원 모임에 포진해 비정규직법 개정에 비판적인 입장을 전파하고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한국노총과 맺은 정책협약이 이제는 정책 추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신문ㆍ방송 겸영을 허용하고 지상파 방송의 대기업 지분 제한을 완화하는 방송법 개정을 밀어붙이면서 야당과 방송계로부터 큰 반발을 사고 있다. 비정규직법 개정 또한 언론관계법만큼이나 당사자 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뜨거운 감자’다. 그만큼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칫 손이 델까봐 두려워 아무도 집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다. 비정규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연기를 피울 시기는 지났다. 이제 정부ㆍ여당이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확정지을 때가 됐다. 사용기간을 연장하는 대신 정규직 전환 지원 등 대책을 내놓고 노동계는 물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군불만 계속 때다가는 다 타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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