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 산책] 말은 꽃이다


봄이 되니 꽃들이 만발해 온 산하를 아름답게 장식한다. 화폭 같은 하늘, 거기에 온갖 그림을 그리는 구름, 원색의 무대인 산과 바다, 울긋불긋 꽃나무 그 모두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그 중에서도 형형색색의 모습으로 대자연을 노래하는 꽃이야말로 대자연의 축복이요 절정이다.

꽃이 나무 대표하듯 말은 나를 보여줘


꽃이 대자연의 절정이요 결실이라면 말은 대자연 중에서도 가장 귀한 인간이 피워 내는 꽃과 같다. 대자연이 사계절 기화요초(琪花瑤草)를 아름답게 피워 내듯 인간은 365일 말의 꽃을 피워 낸다. 그러기에 꽃이 나무의 됨됨이를 보여주듯 말은 사람의 됨됨이를 보여준다. 꽃의 열매가 나무의 생애를 결정하듯 말의 열매가 사람의 생애를 결정하므로 사람은 '말꽃'의 열매로 먹고산다. 그런데 요즘 우리의 입에서 피어나는 말을 보면 말 쓰임새나 향기 곧 말의 형식과 내용이 시들고 병들었다. 개인ㆍ가정ㆍ학교ㆍ직장ㆍ정부ㆍ언론매체의 언어가 온전하지 못하다.

국어 파괴가 전세대ㆍ전계층ㆍ전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커피 나가십니다. 셔츠는 만원이십니다'와 같은 과잉존대가 유행해 문법을 파괴하고 윗사람에게 '여쭤 볼게요'라고 말하는 아이보다 '물어볼게요'라고 하는 아이가 더 많다. '멘붕, 즐감, 강퇴'등 축약어가 넘치고 게임과 유행가는 영어와 국어의 혼합이라 국어 파괴에 앞장서며 자국어능력 국제비교에서는 대졸층이 꼴찌를 보여 전문인의 언어생활에 문제가 많다.

또한 비속어, 인격 모독, 차별 표현을 쉽게 한다. 영화ㆍ드라마ㆍ노래ㆍ심야좌담은 '네까짓 게 무슨 일을 해, 머리채를 휘어잡고, 재수없어'등 언어폭력ㆍ욕설ㆍ비속어가 흔하다. 이런 말투가 청소년에게 전파돼 언어폭력으로 재생산된다. 영상의 폭력성ㆍ음란성도 극심해 청소년에게 중독과 뇌손상까지 일으켜 치명적이다. 엘마 게이츠 교수의 실험에 따르면 칭찬ㆍ사랑의 언어 침전물은 분홍빛을 띠지만 욕설과 증오의 침전물은 갈색인데 이것을 쥐에 주니 즉사했다고 한다. 욕설은 독약과 같고 장전된 총알 같아 타인은 물론 자신도 죽이는 일임을 명심하자.


전문어를 순화시키지 않고 마구 써서 소통이 어렵다. 지식의 폭증으로 외국어ㆍ전문어가 쏟아져 경제ㆍ과학 분야는 웬만한 지식층도 이해하기 어렵다. '디테일하다, 다이렉트, 파트너십, 컨트롤타워, 시너지, 거버넌스, 로드맵'같은 외국어라든가 'KSP(경제발전경험), Wee School, MOU, TF'등의 알파벳 노출을 당연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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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는 '플래시몹→번개모임, 하우스푸어→내집빈곤층, 테이크아웃→포장구매'처럼 번역순화어를 마련하고 그것이 어려우면 표기라도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써야 하는데 알파벳 그대로 쓰거나 영어 약어로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공기관의 누리집ㆍ안내문ㆍ보도자료도 외국어투성이며 회사명, 상품명, 아파트 이름도 외국어와 알파벳으로 덮여 가고 있다.

긍정의 언어 대신 부정의 언어가 넘치는 것도 문제다. 인터넷에는 거짓 정보가 넘쳐 선동ㆍ저주ㆍ표절ㆍ왜곡이 많아 국민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정서를 강퍅하게 만든다. 우리의 입은 감사ㆍ칭찬ㆍ믿음ㆍ희망ㆍ사랑ㆍ자신감의 언어보다 불평ㆍ책망ㆍ불신ㆍ절망ㆍ증오ㆍ좌절감의 언어를 더 많이 생산한다. 경제는 심리가 결정한다는데 '할 수 있다, 해보자'라는 긍정과 도전의 언어보다 '할 수 없다, 하나 마나다'라는 부정과 좌절의 언어가 넘치는 사회에 경제부흥이 가능한가.

아름다운 말 사용으로 세상을 가꾸길

경제 전문어에서도 부정적 표현이 많아 '자본주의→시장경제, 자유방임주의→불간섭주의,사기업→민간기업, 재벌→대기업집단'처럼 바꾸자는 제안이 있다. 경제 언어부터 긍정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니 창조경제를 이루려면 말부터 바뀌어야 한다. 개인이나 나라나 부정에서 긍정의 언어로 말이 바뀌면 인생이 바뀌고 나라가 바뀐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은 우리의 마음먹기와 말하기에 달려 있다.

국립국어원은 2013년 국어 대각성 운동인 '아름다운 한국어 가꾸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운동은 내 입에서부터 아름다운 꽃을 피워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하는 조용한 혁명이다. 조상이 물려준 아름다운 한국어를 더 아름답게 가꿔 세상을 밝게 가꾸는 일을 내 가정, 내 직장에서 나부터 실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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