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뚜껑이 결린 인사구도는 '확 뒤집어졌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였다. 권 부위원장과 이 전 사장은 낙하산 논란 끝에 낙마했고 내부인사인 김태형 대표마저 탈락했다. 거물인사도 없었다. 나온 카드는 신 전 전무가 금융지주 회장과 행장을 겸임하는 것.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상황이 펼쳐졌을까. 우선 초기부터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권 부위원장은 역풍이 거세게 불면서 사실상 처음부터 배제됐다. 이 전 사장은 본인이 열심히 뛰었지만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의 인척이라는 이유로 배제됐다.
관심은 거물들까지 왜 포기했는지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힌트를 줬다. 고액연봉을 지급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4대 금융지주 회장과 비슷한 보수를 줘야 하는데 도저히 불가능했다는 것. 이들의 연봉은 성과급 등을 포함할 때 수십억원대에 이른다.
물론 지역안배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농협 지도부는 최원병 중앙회장(경북), 김수공 농업경제 대표(전남), 윤종일 전무이사(경기), 남성우 축산경제 대표(경기), 최종현 상호금융 대표(경북)로 진용이 갖춰졌다. 충남 출신인 신 전 전무를 발탁해 균형을 맞춘 것이다. 여기에 최 회장과의 관계도 고려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런저런 이유로 후보들이 낙마하면서 신 전 전무가 어부지리를 누린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지주 자회사인 NH농협생명보험 사장에 나동민 현 농협보험 분사장을, NH농협손해보험 사장에 김학현 전 농협인천지역 본부장을 내정한 것도 이런 나름의 원칙을 적용한 결과였다.
오랜 시간 파행을 거듭해온 농협의 인사는 이렇게 끝났다. 하지만 거물급을 영입해 시장에서 확실한 '실체'로 출발하려던 농협의 희망은 꿈으로 끝나게 됐다.
특별인사추천위 위원장인 김영기 농협중앙회 이사는 "제한된 인재풀에서 외부인사를 영입하기 어려웠다"며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할 때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신 전 이사는 용산고와 고려대 사학과를 나왔다. 1979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이후 금융기획실 부부장, 리스크관리실 부부장, 농협중앙회 상무 등을 역임했고 현재 충남지역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