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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적당한 불안은 네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줄거야

■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스콧 스토셀 지음, 반비 펴냄


“불안하면 속이 아프고 설사가 난다. 속이 아프고 설사가 나면 더 불안해지고, 그러면 배가 더 아프고 설사는 더 심해지고, 집에서 나와 어디에라도 가려 하면 항상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그 지역 화장실을 탐방이라도 하듯 미친 듯이 이 화장실에서 저 화장실로 뛰어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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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유난히 예민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번은 경험했을 불안으로 인한 신체적 반응이다. ‘애틀랜틱’의 에디터이자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등 다수 매체에 기고해온 저명한 저널리스트 스콧 스토셀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이 평생 겪은 갖가지 불안장애들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경험한 불안증세는 놀랍도록 방대하고 구체적이고 사소하기까지 하다. 구토공포증, 발표불안, 공황발작, 치즈공포증, 고소공포증, 폐소공포증, 광장공포증, 세균공포증, 분리불안증 등. 그는 그를 둘러싼 거의 모든 것과 상황에 대해 불안감을 느꼈던 것이다. 이렇듯 수많은 불안장애를 달고 살면서 약물치료, 최면요법, 인지행동 치료 등 수많은 치료법으로 자신의 병을 고치려 했던 그가 내린 결론은 ‘불안과 함께 살자’다. 즉 ‘불안은 영원한 인간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그가 이러한 결론을 내린 데는 독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의 영향이 지대하다. 그는 “적당히 불안해하는 법을 배운 사람은 가장 중요한 일을 배운 셈”이라는 키에르케고르의 말에서 우리가 단지 짐승에 머물지 않고 인간이게끔 해주는 불안의 역할을 발견했다고 설명한다. 또 그는 불안과 공포증을 도덕성과도 연결짓는다. 이를테면 어떤 상황에서도 불안에 따른 생리적 변화 등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은 냉혈자이며, 압박감 아래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은 훌륭한 군인이 될 자질을 갖춘 것으로 보이지만, 전투 피로나 회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는 장교는 무감각 뒤에 사이코패스와 같은 침착함을 감추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소대 전체를 철조망으로 가득한 구렁텅이에 몰아넣고도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감정이 따르지 않는 행동에는 도덕성 혹은 윤리의식이 결여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저널리스트답게 불안에 대해서 집요하게 파고들어 불안의 역사를 짚는가 하면, 불안에 대해 언급하거나 연구한 철학자, 심리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불안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독자들은 이런 것에도 불안과 공포를 느끼나 싶을 정도로 수많은 불안과 공포증을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되는데 처음에는 예민하지 않는 독자마저도 불안해 질 수 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저자의 위트있는 글솜씨에 매력을 느끼는 한편 방대한 지식으로 지적 호기심이 채워질 것이다. 2만2,000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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