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美사태 오히려 IB 모델 발전계기 삼아야"

■ '한국 IB의 방향' 전문가 진단<br>컨설팅·주식매각등 기업토털 서비스 중점을<br>영업-리스크관리 조직 엄격한 상호견제 필요


“100미터 달리기 경주에서 30미터 정도 왔는데, 갑자기 골인 지점이 없어져 버린 모양새다.” 한 증권사 투자은행(IB) 본부장은 현재 국내 증권사가 처한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선망의 대상’이던 리먼브라더스, 메릴린치가 맥없이 고꾸라지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가 따라가야 할 IB 모델은 끝났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일 “국내 IB 경쟁력 제고는 멈출 수 없는 과제”라며 IB 비즈니스 모델이 끝났다는 입장을 반박했다. 현업에서 IB본부를 지휘하고 있는 전문가들도 대부분 “IB 비즈니스 모델을 밀고 나가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IB모델 꾸준히 이어져야= 김범준 한국투자증권 전무는 “0.1% 확률의 리스크도 대비해야 하는 것은 이번 사태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라며 “하지만 그 0.1% 때문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99.9%의 기회를 버리자는 의견은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겸 대신증권 전무도 “미국 IB들의 업력을 보면 100~150년 정도 되는 데 그 기간에 1번 정도 실패가 나는 확률이라면 모델에는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며 “현재 외국계 IB들이 무너져도 그들이 해왔던 비즈니스 모델이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속내를 비췄다. 즉 미국식 IB 모델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지만, 문제는 과도한 탐욕으로 리스크 관리에 소홀한 일부 IB의 문제이지 국내 IB들이 가야 할 길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의견이다. 공헌 메리츠증권 전무는 “국내에서 IB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지 않은 시점에서 이런 사태가 터진 것은 오히려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나갈 방향은 엇갈려= 향후 IB를 추구하는 국내 증권사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임홍재 IBK투자증권 부사장은 “국내 IB 시장은 규모가 협소하기 때문에 부동산, 인수합병 분야만 해서는 한계가 있다”며 “한 파트에서 경쟁력을 가질 필요는 있지만 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다양해서 전 분야에서 균형적으로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주현 한화증권 상무는 “각 증권사별로 처한 환경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대형사는 대형사대로, 작은 증권사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곳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성공적인 IB를 위해서는 기업 서비스와 견제에 신경 써야= 국내 증권사들이 주안점을 둬야 할 사안으로는 우선 ‘기업 토털 서비스’로 지적됐다. 김병철 동양종합금융증권 상무는 “국내 증권사들은 기업고객을 상대할 때 회사채, 기업공개(IPO) 등의 부분들이 담당자가 다른 상태에서 분리 진행되고 있다”며 “외국계 증권사처럼 한 기업에게 컨설팅, 주식매각 등 전 부분에 대해서 서비스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익 우선인 영업 조직과 위험을 알리는 리스크 관리 조직의 엄격한 상호 견제 필요성도 제기됐다. 골드만삭스와 리먼브라더스의 차이는 영업과 리스크관리 부서의 견제 여부에 따라 판가름 났다는 설명이다. 공헌 전무는 “영업 부서 입장에서 보면 리스크 관리 부서는 일을 방해하는 곳으로 볼 수도 있다”며 “국내 증권사들도 리스크 관리 부서의 중요성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