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신도시를 떠나는 사람들


한 민간업체가 최근 내놓은 주거실태조사가 눈길을 모으고 있다. 수도권 거주 30평형대 이상 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1%가 이사 희망 지역으로 서울을 꼽아 이 회사가 조사를 실시한 지난 2007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경기도를 앞질렀다는 내용이다. 설문조사를 맡았던 이 업체 관계자는 "2007년 첫 조사 이후 서울에 대한 이사 선호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도심 U턴 현상 심화 가능성을 지적했다. 수도권 거주자의 '도심 U턴'현상은 1990년대 중반에도 나타났던 현상이다. 분당ㆍ일산 등 1기 신도시 입주로 대거 서울을 빠져나갔던 사람들이 불편한 교통과 생활환경에 실망, 다시 서울로 회귀했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서울 U턴의 가장 큰 이유로 교통과 기반시설을 꼽았다. 지난해 초 동탄 신도시 아파트로 이사를 했던 조모씨(42)는 "한 시간 이상을 서서 출퇴근하다 보니 주말이면 지쳐 쓰러져 쉬고 싶은 생각뿐"이라며 "치솟은 기름값에 승용차를 가지고 다닐 생각은 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전세 계약 만기를 앞둔 그는 지금 서울에 새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분당 생활권인 판교야 차치하고라도 대부분의 2기 신도시들은 서울로부터 반경 40㎞ 안팎에 자리잡고 있다. 반경 20㎞에 위치한 1기 신도시보다 서울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철ㆍ도로 등 광역 교통망 구축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절대거리를 단축시키지는 못한다. 결국 개발 이후 지금까지 '베드타운'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1기 신도시는 물론 참여정부 당시 계획돼 무차별적으로 개발됐던 2기 신도시 역시 같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도심 U턴 현상이 심화할수록 중심부와 외곽 간 주택가격이나 지가(地價) 양극화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집값 하락폭이 가장 컸던 지역들이 수도권 신도시 지역들이라는 것이 우연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입주 20년이 가까워져 오는 1기 신도시들은 과거의 명성을 잃고 사람들이 떠나는 낡은 도시로 변하고 있다. 그저 급하니까 앞뒤 생각 없이 지어놓은 뒤 이제 와서 방치한다면 2기 신도시 역시 같은 운명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신도시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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