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아버지회를 아십니까?


지난해부터 우리 서초 지역 초등학교에는 '아버지회'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아버지회가 조직된 초등학교가 벌써 다섯 곳을 넘어섰고 아버지회 회원이 150명이 넘는 곳도 있다. 30~40대의 젊은 아버지들이 중심이 돼 자녀 교육과 학교 발전 등 공통의 관심사를 논의하고 친목을 도모한다. 이런 젊은 아버지 층은 필자와 같은 정치인에게 중요한 계층이다. 주로 직장인들이 대다수인데 평소 만날래야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바로 이 같은 젊은 30~40대 직장인들이다. 얼마 전 우리 지역의 어느 초등학교 아버지회와 막걸리를 곁들인 모임을 가졌다. 아버지들은 예상한대로 학교민원 보따리를 꺼냈다. 담장 미화, 낡은 시설 보수 등 모두 예산이 필요한 사업들이었다. 부탁하는 쪽에서는 미안하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꺼내지만 나는 민원을 들을 때마다 고맙게 생각한다. 서로 소통하지 못해 민원 문제가 오래 묵었을 경우, 나중에 알게 되더라도 대개는 훨씬 해결하기 힘들어진다. 미리 알고 뛰어다니면 해결되는 것도 상당히 있다. 그런데 여러 군데에서 부탁을 받다 보니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항상 문제이다. 나는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저는 민원을 받으면 최대한 노력합니다. 한꺼번에 다 안 될 때는 주민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부터 순서대로 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러자 "주민들이 절실하게 원하는지 어떻게 아십니까."라는 물음이 돌아왔다. "요즘 먹고 살기도 바쁜데 정치인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얼마나 있습니까. 그래도 더 많은 분들이 모여서 건의해주시면 저는 더 절실하다고 느낍니다. 교장 선생님 혼자 전화주는 것보다는 오늘처럼 많은 분들이 모여서 건의해주시면 더 마음이 움직입니다." 아버지들과 정치를 포함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한참 하다 보니 아버지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른 국회의원들도 의원님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물어보기도 했다. 가만히 있던 어떤 아버지가 마지막에 입을 열었다. "사실 이 자리에 국회의원이 온다고 하여 저는 오는 것을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와보니 잘 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치인을 피하면 우리가 손해라는 생각이 드네요"정치인을 피하기보다는 자꾸 만나 요구를 하는 것이 우리 지역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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