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2월12일] 달러, 2차 평가절하


1973년 2월12일 백악관.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긴급대책을 발표했다. 골자는 금(金)에 대한 달러화 가치의 10% 평가절하. 순금 1온스당 달러 가치를 38달러에서 42.22달러로 떨어뜨렸다. 조지 슐츠 재무장관은 ‘국제금융시장 안정과 미국의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한 조치’라고 부연 설명했으나 실상은 ‘병든 화폐의 항복선언’이었다. 특히 1971년 12월 선진10개국 재무장관들이 모여 금 1온스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27년 동안 유지해온 35달러에서 38달러로 1차 절하한 스미소니언협의 이후 불과 1년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2차 절하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지만 사정이 다급했다. 고정환율제도 아래에서도 무조건 달러화를 팔고 보겠다는 투매로 유럽과 일본 외환시장이 폐쇄될 정도였으니까. 닉슨이 ‘인류 역사상 가장 중대한 통화 부문의 업적’이라고 치켜세웠던 스미소니언협의를 무력화하면서까지 2차 평가절하를 발표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 1971년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이듬해에는 64억달러로 확대되고 개선될 기미도 없었기에 달러화 가치가 속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닉슨의 2차 평가절하 조치가 발표된 후 강세통화국인 서독과 일본은 마르크화ㆍ엔화 가치를 절상시켰다. 국제통화 질서도 자연스레 변동환율제도로 바뀌었다. 닉슨의 2차 평가절하는 2차 대전 종전 직전에 구축된 브레튼우즈 체제하의 고정환율제에 대한 확인사살이었던 셈이다. 달러화 가치를 내렸지만 무역수지 적자는 개선되지 않고 오일쇼크까지 겹쳐 미국은 1970년대 후반까지 고물가ㆍ고금리ㆍ고실업에 시달려야 했다. 문제는 요즘 상황이 당시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달러 가치가 갈수록 떨어지고 적자도 쌓여만 간다. 국제경제의 시한폭탄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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