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 "정부案 수용 힘들다"

‘대(大)타협이냐, 노정 정면충돌이냐.’ 지난 2일 한국노총과 경영계의 복수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 5년 유예 합의 이후 난항을 겪어온 노사관계 법제도개선(노사 로드맵) 협상의 막판 대타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노총의 3년 유예 절충안에 정부가 조건부로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 이번주로 예정된 정부의 입법예고 이전에 합의가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 역(逆)제의 배경=정부는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문제를 또다시 미룰 경우 쏟아질 비난을 감안해 입법절차는 올해 완료하되 시행을 3년간 미뤄 노사 합의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카드를 던졌다. 이는 현행법대로 내년도에 전면적으로 제도가 시행될 것을 우려하는 노사를 달래면서도 법ㆍ제도 정비는 마무리하겠다는 절충안이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당초 1년 정도면 노사의 준비기간이 충분하고 참여정부 임기 내에서 시행하는 게 좋다는 점에서 1년 유예안을 고려했지만 한국노총이 3년 유예를 제의해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한국노총이 조직의 사활을 걸고 임하고 있는 노조 전임자 문제에 대해 3년간 시행을 유예하되 단계적으로 유급 전임자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조합원 수 5,000명 이상인 사업장의 경우 4명의 전임자를 기본으로 인정하고 100명 이하는 반(半)명의 전임자를 회사에서 인정해주자”고 말했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전임자 감축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기업 노조가 쟁점인 만큼 조합원 수가 작은 노조를 배려하자는 원칙이 정해졌다”고 설명했다. ◇공은 다시 노동계로=정부가 올해 입법을 전제로 3년 유예방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혀 노사 합의 주체인 한국노총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가 협상의 성패를 가르게 됐다. 한국노총은 이 장관의 이날 제안에 대해 일단“조건부 3년 유예안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다. 김종각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정부가 전임자 규모 단계별 축소를 합의하는 조건에서 3년 시행 유예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수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부터 3년간은 현행대로 시행하되 전임자 지급과 관련된 구체적인 개선방안은 오는 2009년까지 마련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총은 11일 오전 산별대표자회의를 열어 정부 제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한편 민주노총은 정부의 최종 수정안 제의에 반발, 협상을 거부하고 장외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11일 오후2시부터 전국 각 노동청 및 지청 사무실 앞에서 동시다발 집회를 갖고 정부가 합의되지 않은 노사 로드맵안을 입법예고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