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국선전담변호사 이대로 좋은가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올해로 도입 11년째를 맞고 있는 국선전담변호사제도에 대한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형사 피의자와 피고인 8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국선변호사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피고인과 피의자의 77.6%가 국선전담변호사가 크게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으며 82%가 국선전담변호사의 사건이해도가 높고 조언과 상담도 충실했다고 답변했다. 한마디로 국선전담제도는 파란 신호등에서 마음 놓고 달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빨간 불이 들어왔다. 대법원은 부인하고 있으나 재야 법조계는 이번 사태를 그간의 의혹이 현실화된 매우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법원이 독점적으로 국선전담변호사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2014년 신규 임용시 기존 국선전담변호사를 해촉하고 그간 변호사로 활동한 경력이 전무한 1년 차 로클럭(재판연구원) 출신을 대거 임용할 것이라는 소문이 지난해부터 전국 각지에서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들만 종합해 보더라도 로클럭 출신들이 대거 선발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2014년 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전담변호사 임용 현황을 보면 전담활동 경력만 6년인 노련한 변호사 7명이 신규 위촉 신청을 했는데 2명만 남고 5명이 탈락했고 그 자리를 로클럭 출신 4명이 채웠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도 그 기준을 알지 못하고 선발 절차도 투명하지 않다. 심지어 법원은 명단조차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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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전담변호사제도는 피고인에게 양질의 변론을 제공하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삼을 때만 성과가 있고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다. 법원에 지원하기 전 잠시 거쳐 가는 곳, 순혈주의 엘리트들이 잠시 들렀다 가는 꽃보직이 돼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법원의 이번 조치로 인해 성실하게 피고인을 열심히 변론해온 국선전담변호사들의 그간의 업무성과가 폄하되고 사기가 저하됐다. 실로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법원만이 배타적 독점적으로 국선전담제도를 운영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그 자체로 문제점이 많다. 위촉과 평가권한이 전적으로 법원에 부여된 결과 변론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피고인을 변호하다 보면 기존 판례를 다툰다든지 법원의 불공정한 재판절차를 지적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 현행 구조에서는 법원의 눈치를 보지 아니할 수가 없다. 특히 이번처럼 로클럭 출신들이 대거 위촉되게 되면 그들이 2년의 계약기간 만료 후 법원으로 복귀하는 경우를 고려해 알아서 소극적으로 변호활동을 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최근 "로클럭에 대한 특혜성 국선전담변호사 선발을 우려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와 함께 사법부로부터 즉각적으로 국선전담제도를 독립시킬 것을 강력 주장했다. 국선전담제도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그 원형인 미국의 공익변호사제도처럼 위촉과 관리주체를 법원이 아닌 제3의 기관으로 이관해야 한다. 입법례로 보나 제도 취지로 보나 그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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