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신공법을 개발해 생산성 향상에 나서고 있다. 직육면체 형태의 도크를 T자 모양으로 개조해 생산성을 2배로 늘린 T도크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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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현대중공업은 나이지리아에 15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FPSO(부유식 원유저장생산 설비)를 수출했다. 이 수출로 1월 이후 5개월 연속 적자에 허덕였던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단숨에 10억달러 흑자로 전환됐다. 현대중공업의 고부가가치 제품의 위력이 발휘된 순간이었다.
지난 1983년 이후 줄곧 조선업계 세계 1위의 자리를 지켜온 현대중공업은 경제위기를 고부가가치 선박부문 강화와 혁신적 기술개발을 통한 생산성 강화를 통해 극복할 계획이다. 비록 수개월째 신규수주가 없는 상황이지만 사내분위기는 그 어느 때 보다 좋다는 게 회사관계자의 설명이다. 노조가 사측에 올해 임금협상을 무교섭 위임한 데 이어 사측이 경영진의 급여를 반납키로 하는 등 노사가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FPSO. FPSO는 1기 당 가격이 15억~20억 달러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해양설비로 현대중공업은 이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올해 3월 울산 본사에 세계 최초로 100만 톤급 FPSO 생산 전용도크를 완공할 예정이다. 이 도크가 완공되면 일반 상선용 도크에 비해 FPSO 조업기간을 5.5개월에서 4.5개월로 1개월 단축할 수 있고, 생산원가도 15~2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 한 관계자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종인 FPSO 분야의 수주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용도크를 건설키로 했다"며 "벌크선이나 컨테이너선 등 범용선은 발주가 크게 줄었지만 FPSO 등 고부가가치 선박발주는 예년 수준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또한 발상의 전환을 통한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생산성을 더욱 향상시킬 방침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T도크. 도크는 완성된 선박을 바다로 진수할 때 사용되는 핵심 설비로 직육면체 형태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T도크는 도크 형태를 T자 모양으로 개조해 도크 크기를 25%가량 늘린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세계 최초로 기존의 제1도크에 T도크를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확장된 부분에서 선박을 동시에 건조하고 메인 도크로 선박을 이동시키는 과정을 손쉽게 반복할 수 있어 건조 능력이 연간 4척에서 8척으로(1만TEU급 컨테이너선 기준) 2배 가량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회사는 또 지난해 비행기가 뜨는 데 필요한 양력의 원리를 선박에 적용해 5%의 연료절감 효과가 있는 '선박 추력 날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외에도 최근에는 물고기 지느러미와 같이 선박의 균형 장치로 쓰이는 '빌지킬'(Bilge-Keel) 장치를 도크 수문에 장착, 악천후에도 진수 작업이 가능해져 도크 회전율이 크게 향상됐다.
현대중공업은 주요 사업부문인 조선분야 뿐만 아니라 비조선분야의 사업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해 경제위기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고 신성장 산업을 육성해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현대중공업은 신성장 동력으로 태양광 및 풍력발전설비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지난해 설립한 충북 음성 태양광 공장에서 연간 30MW의 태양전지와 70MW의 모듈을 생산하고 있으며, 올 연말까지 추가로 3,000억원을 투자해 태양전지 생산을 연간 330MW로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3월에는 KCC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폴리실리콘 분야에도 진출해 오는 2010년까지 100MW 규모의 잉곳과 웨이퍼도 생산할 계획이다. 이 공장에서 본격적으로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하게 되면 현대중공업은 폴리실리콘에서부터 잉곳ㆍ웨이퍼, 태양전지, 발전시스템 등 태양광 사업 전 분야에 진출한 국내 유일의 기업이 된다.
회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총 102척의 선박을 인도한 데 이어 올해는 119척의 선박을 인도할 계획"이라며 "생산성 향상이 곧 회사의 수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공격적인 투자와 발상의 전환을 통한 신공법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