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9월24일] <1198> 금 버블 붕괴


남북전쟁 이후 순항하던 월가에 폭풍이 몰아쳤다. 금과 주식 가격이 폭락하고 거래도 끊겼다. 금융천재 제이 굴드(Jay Gould)가 일으킨 금 투기의 후유증 탓이다. 굴드는 아직도 ‘월가의 악마’로 기억되는 투기꾼. 공직자 매수와 여론조작, 폭력배 동원, 주식시세 조종 등 악행을 저지르며 당시에는 은행 기능까지 갖고 있던 철도회사들의 경영권을 확보, 부를 축적한 인물이다. 굴드가 금을 투기 대상으로 삼았던 배경은 지폐 남발. 남북전쟁의 전비 조달을 위해 불태환지폐인 ‘그린백’을 찍어댄 미국이 금본위제도로 되돌아가 그린백을 회수하면 금값이 상승한다고 판단한 그는 금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재무부 차관으로 근무하던 그랜트 대통령의 동서를 매수해 정부가 개입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까지 마련한 그가 금 투기에 나서자 한달여 만에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보유한 금을 방출한 1869년 9월24일, 금값은 반토막이 났다. 정부 개입 정보마저 먼저 입수해 야금야금을 금을 팔았던 굴드는 손실을 면했지만 피해는 월가에 돌아갔다. 상투에서 금을 매입한 은행들이 도산하고 예금자들은 돈을 떼였다. 그랜트가 무능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데에도 ‘검은 금요일’로 불리는 이날의 폭락장세가 깔려 있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의 본성이 탐욕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일까. 오늘날 세계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든 미국발 금융위기의 본질은 굴드가 일으킨 금 버블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이 땅이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한계가 드러났음에도 경제정책에서 교육까지 규제완화와 감세ㆍ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19세기 금융시장의 공룡이자 불법과 탈법의 온상이던 미국 철도회사 같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결합을 허용한다는 소식마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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