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6월 18일] 디지털전환, 시청자 관점에서

최성진(서울산업대 교수·매체공학)

방송의 디지털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세계 각국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 여러 정책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도 오는 2012년까지 디지털 방송 전환 준비를 완료하기 위해 지난해 ‘디지털전환특별법’ 시행령을 제정했다. 대상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상파TV로 한정 지었다. 취약계층 난시청 해소 시급
최근 집권 여당도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디지털 전환 의무를 강화하고 전환 소요비용 충당을 지원하는 정책을 담고 있다.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화는 기술적 문제부터 사회적 영향에 이르기까지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다. 우선 시청자, 특히 취약계층의 수신환경 및 난시청 해소를 어떻게 개선하고 해결할 것인지가 시간에 쫓기는 과제다. 디지털TV를 구매하지 못한 시청자의 시청권 침해, 아날로그 방송용 주파수의 활용 문제도 있다.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은 고유의 공적 특성으로 인해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게 잠복해 있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2월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할 계획이던 미국은 디지털 전환을 약 4개월 연기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10여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온 미국조차도 구멍이 뚫린 것이다. 국내 디지털 전환 상황은 어떠한가. 프로그램 제작 시설은 70% 이상 전환되었고 송신 부문은 전국 86% 이상의 커버리지를 확보했다는 게 지상파 방송사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자세히 분석해 보면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 완료에 많은 의문점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디지털TV의 보급률이 2007년 23.5%에서 지난해 30.3%로 6.8% 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쳐 이 같은 추세라면 2012년까지 70% 수준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디지털TV가 수도권과 5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보급돼 정보격차 해소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될 것이다. 둘째, 지상파 방송이 전국 약 86% 커버리지를 확보했다고 주장하지만 신뢰성이 떨어지는 수치다. 옛 방송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케이블TV 가구의 57.1%, 위성방송 가구의 약 29.9%가 지상파 방송 직접 수신 상태 불량을 이유로 유료방송에 가입했다. 고층 건물로 인한 인위적 난시청 및 수신장애 가구가 전국 1,832만가구 중 약 87%(1,594만 가구)에 이른다고 추정할 수 있는 통계다. 난시청 해소 의무가 있는 KBS에 따르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약 3,000억원의 자금이 요구된다고 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적자가 예상되는 KBS가 과연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셋째, 앞서 언급한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디지털TV 전환을 완료해야 하는 마지막 해인 2012년은 차기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 런던올림픽 등 큰 행사가 예정돼 있어 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시기다. 이 같은 시기에 보편적 서비스로 제공돼야 할 지상파 방송이 한순간에 끊기는 가구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면 디지털 전환정책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정치 쟁점화되지 않을 수 없다. 유료방송 인프라 적극 활용을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은 애초 2010년 완료 계획에서 2012년으로 한 차례 연기됐다. 따라서 또다시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볼 때 디지털 전환정책은 시급을 요한다 하겠다. 그래서 유료방송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게 하면 지상파방송의 난시청 해소를 둘러싼 난제가 상당 부분 풀릴 것이다. 방송의 디지털 전환정책은 산업유발 효과 측면에서도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성공시켜야 할 과제다. 차기 대선의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빠른 시일 안에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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