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한국도자기 회장은 요즘 4월1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마치 어렸을 때 즐거운 소풍을 앞두고 마냥 설레는 한 소년처럼 들떠 있을 정도다. 4월1일은 한국도자기의 명품 브랜드 ‘프라우나(PROUNA)’가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영국 해러즈에 입점하는 날이다. 아시아 도자기 브랜드가 해러즈에 입점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김 회장은 비로소 평생의 숙원사업을 하나 해결한 셈이다. 해러즈 측은 한국도자기를 위해 베르사체와 로열코펜하겐의 자리를 흔쾌히 내줬고 백화점 전체 20개의 쇼윈도 중 10개에 프라우나 제품을 전시하도록 각별히 배려했다. 프라우나는 찻잔 한 점에 15만~25만원, 접시 하나에 40만원을 호가한다. 일반 도자기보다 가격이 10배가량 비싸다. 올 초 선보였던 720만원짜리 프라우나 화병은 매장에 선보이자마자 팔려나갔을 정도다. 김 회장은 지난 2000년대 초 창립 60주년을 앞두고 세계 최상류 고객조차 놀랄 만한 최고급 제품을 만들라는 특명을 내렸다. “우리가 본차이나를 만들어 세계적인 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납품하면 판매가격은 5배가 뛰었어. 그냥 본차이나가 아닌 프리미엄 제품을 직접 개발하자 그래서 탄생한 게 프라우나야.” 2003년 처음 출시된 프라우나는 동양과 서양의 멋을 결합한 퓨전 디자인을 모티브로 삼았다. 웨지우드와 로열덜튼 출신의 디자이너까지 작업에 참여했다. 프라우나는 출시 이듬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소비재박람회 ‘메세쇼’에 1번 시드인 ‘홀(Hall) 10’을 배정받으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홀 10’은 최고의 브랜드에만 주어지는 명예의 전당이다. 김 회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보석을 박으라’고 주문했다. 그래서 탄생한 주얼리 라인은 스와로브스키 원석을 핀셋으로 집어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장식한다. 청주공장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숙련공만이 프라우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프라우나는 김 회장의 새로운 도전이다. 세계 1위라는 포부를 이뤄줄 무기가 바로 프라우나라고 김 회장은 말한다. 1차 목표는 해러즈에서 성공하는 것. 그래서 한국도자기는 최근 영국에 프라우나UK라는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행여 동양인이라고 깔보이지 않고 제품만으로 승부할 수 있도록 관리인 및 직원을 모두 현지인으로 채용했다. 프라우나UK는 해러즈를 시작으로 영국 내 다른 백화점과 고급 호텔 체인도 고객으로 끌어안을 작정이다. 김 회장의 마음 속에는 이미 제2, 제3의 해러즈를 뚫는다는 새로운 목표를 품고 있다. “해러즈 입점으로 세계시장이 우리 품 안에 들어오게 돼. 다음 목표는 바로 두바이, 중동이야. 그 다음 일본 긴자에 빌딩 하나 살 작정이지. 그렇게 목표를 하나하나 세우는 거야. 프라우나라면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