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와 차 한잔] 황명호 동일토건 사장

"맞춤형 아파트건설…품질로 승부" <br>'편리한 기능+예술성' 갖춘 주거공간 구현<br>중견 주택전문社로는 최초로 대통령상 받아<br>"설계·시공경험 바탕 호텔 건축도 신중 검토"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는 아파트는 더 이상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주거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해 삶의 안식처가 될 수 있는 아파트를 짓겠습니다.” 황명호(54ㆍ사진) 동일토건 사장이 주택업계의 아파트 품질경쟁을 선언했다. 이 같은 선언은 동일하이빌 아파트가 최근 혁신적인 단지구성과 평면설계로 소비자들로부터 호평받고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에 깔고 있다. 동시에 품질경쟁을 통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주택시장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동일토건은 중견 주택전문업체로는 처음으로 올해 대통령상을 수상해 동일하이빌의 품질을 인정받았다. 동일하이빌은 그동안 ▦지상에 차 없는 아파트 ▦단지 내 실개천이 흐르는 아파트 ▦입주민 소유의 휘트니스센터가 있는 아파트 ▦커뮤니티가 있는 아파트 등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해에는 동일하이빌 브랜드를 가지고 중앙아시아인 카자흐스탄에 진출, ‘한국형 아파트 ’ 수출의 지평을 열어 화제를 모았다. 황 사장은 “주택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아파트의 주거기능보다는 투자가치가 강조돼 획일적인 성냥갑 모양의 아파트라도 내놓기 바쁘게 팔렸던 얼마 전 상황과 크게 달라졌다”며 “아파트는 이제 짓기만 하면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고 단언한다. 이에 따라 주택업계도 기대수준이 높아진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받으려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아파트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동일토건은 그동안 서울에서 200가구, 지방에서 500가구 미만 규모의 아파트단지 건립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쾌적하고 편리한 주거환경 구현을 추구하는 동일하이빌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단지규모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이 같은 원칙만을 고수하지는 않기로 했다.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 부응한 ‘고객 맞춤형’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 사업전략을 보다 유연하게 가져가겠다는 얘기다. 주택시장도 ‘셀러스 마켓’(Seller’s Market)에서 ‘바이어스 마켓’(Buyer’s Market)으로 바뀌어 시장의 주도권을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가 갖게 됐기 때문이다. 황 사장의 고객중심 경영관은 10여년간 골프장ㆍ호텔을 운영한 이력에서 잘 나타난다. 지난 70년대 말 (주)삼호 직원으로 중동 건설현장에서 근무한 그는 제주도에서 대림산업 관계사인 오라관광의 오라CC와 그랜드호텔을 운영한 데 이어 경기도 여주의 스카이밸리CC 사장을 지내 서비스 마인드가 몸에 배어 있다. 그는 “호텔의 동선마련과 가구배치는 고객의 특성을 철저히 분석해 이뤄지는 만큼 아파트를 짓는 데 참고할 부분이 많다”며 “때가 되면 호텔 등의 건축에도 참여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 사장은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니라 삶의 공간”이라는 아파트 건설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는 아파트가 삶의 공간이 되기 위한 4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첫째는 안전하고 둘째는 튼튼하며 셋째는 기능적으로 편리하고 넷째는 아름다워야 한다. 소비자가 만족하는 아파트 상품이 되려면 기능적으로 훌륭할 뿐만 아니라 예술성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아파트가 하나의 예술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설계ㆍ디자인ㆍ재료ㆍ시설 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황 사장은 “1~2년 만에 상품의 유행이 바뀌는 상황에서 5~10년을 내다보고 상품을 설계하기란 쉽지 않다”며 “주택업체 경영자는 다른 어떤 업종의 기업 경영자보다 풍부한 설계ㆍ시공 경험과 미래에 대한 예지능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동일토건은 하반기 국내에서만 천안 쌍용동 1,080가구, 대구 상동 1,362가구, 용인 신봉동 1,259가구 등 총 3,701가구의 동일하이빌을 공급할 방침이다. 3월 분양한 충주 용산동 ‘남산 동일하이빌’ 669가구를 포함해 올해 전국에서 4,370가구를 분양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공급물량은 동일토건의 89년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이다. 황 사장은 “입지가 뛰어나고 품질이 우수한 만큼 공급규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시장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분양을 낙관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화합·창의력 중시하는 '선비형'

황명호 사장은 전형적인 선비 스타일의 경영자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답지 않게 부드러운 인상과 포근한 화술로 상대방을 편하게 한다. 이는 인연을 중시하는 황 사장의 인생관에서 비롯된다. 만나는 사람마다 ‘선한 인연’을 맺는 데 정력을 쏟는다. 그는 “악한 인연은 말 한마디면 되지만 선한 인연을 맺으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해 그만큼 어렵다”고 말한다. 선비 모습은 그의 평소 생활에서도 나타난다. 평일 바쁜 일정에 쫓겨 돌아보지 못한 공사현장을 주말에 챙겨야 할 만큼 짬을 내기 힘들지만 틈틈이 한학을 공부하고 붓글씨를 쓰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신수양도 한다. 그는 “중용ㆍ대학 등 사서삼경을 공부하다 보면 현실생활과 경영일선에서 깨닫는 지혜에 대한 재미가 쏠쏠하다”며 “은퇴하면 시골에서 서당을 차리고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황 사장은 사업에 대해서는 무서울 정도로 냉철하다. 그는 “골프란 게 보는 대로가 아니라 치는 대로 되는 것 아니냐”며 “사업도 철저한 현실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덤볐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라고 강조한다. 황 사장은 ‘지시형’보다는 ‘화합형’ 리더십을 선호한다. 다정다감한 친형처럼 직원들에게 다가서 격려하고 직원들이 전문적인 식견을 바탕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스스로 하도록 한다. 분야별 전문가들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직원들에게 자긍심을 주기 위해서다. 사람보다는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을 만들려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하지만 그는 결코 남의 탓을 하지 않는다. CEO로 있는 이상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진다는 신념 때문이다. [약력]
▦52년 수원 출생 ▦삼일실업고,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과 졸업 ▦성림화학공업ㆍ(주)삼호 근무 ▦오라관광 제주 그랜드호텔 객실부장ㆍ전무 ▦오라관광 오라컨트리클럽 부장ㆍ이사ㆍ상무ㆍ전무 ▦스카이밸리CC 대표이사 사장 ▦동일토건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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