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MB, 한은총재에 우회적 불만?

"시장같은 곳에 가보는게 좋겠다"<br>이례적 부정적 뉘앙스 배경 궁금<br>출구전략 불협화음 불편함 담긴듯

이성태

정말 코드가 맞지 않는 것일까. 지난 20일 서울 창동 농협유통센터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의 화두가 서민정책의 핵심인 물가라는 점을 감안한 듯 제법 많은 말을 했다. 말을 이어가던 도중 이 대통령은 갑자기 옆에 앉아 있던 이성태 한은 총재에게 고개를 돌렸다. "물가와 관계없는 장관들도 현장을 자주 찾아보라"고 하더니 "한은 총재도 시장 같은 곳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이 중앙은행 총재를 특별히, 그것도 부정적인 뉘앙스에서 겨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자연스럽게 배경에 대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한은 안팎에서는 대통령의 발언을 두 가지 포인트에서 해석하고 있다. 하나는 액면 그대로 물가에 대한 인식인데 이 총재와 한은에 대해 평소 대통령이 갖고 있던 마뜩지 않은 시각을 에둘러 표시한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이 총재는 폭설 등으로 농수산물 물가가 폭등하던 지난 8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간담회에서 "전반적인 물가상황은 한은이 물가목표의 기준선으로 삼고 있는 3%보다 낮은 쪽으로 보고 있다"며 체감물가 상황과 동떨어진 발언을 했다. 한은이 전반적인 지표를 통해 통화정책을 판단한다지만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서민들의 체감물가를 너무 모른다는 인상을 받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한은을 '남대문사(寺)'라고 비판하는 것과 같은 줄기다. '출구전략'과 연결하는 시각도 있다. 재래시장으로 대변되는 서민들의 경기는 여전히 바닥인데도 이 총재가 계속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얘기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이 대통령이 마침 이 총재의 모습이 보이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는 설명이다. 이달 금통위가 열릴 당시 이 대통령은 회의 전날에 이어 당일 오전에도 연이어 "상반기 출구 전략은 곤란하다"는 말을 꺼냈다. 하지만 간담회에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 총재는 딱 떨어지게 코드를 맞추지 않았고 조금 다른 각도의 발언을 했다. 참여정부 중반 한은 내부 출신으로 중앙은행 수장 자리에 화려하게 등극한 이 총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교 선배(부산상고)로 전 정권에서는 정부와 큰 충돌 없이 임기를 보냈지만 이 총재는 정권이 바뀐 후 확연히 달라진 환경을 마주해왔다. 불과 두 달 남짓 임기를 남긴 이 총재가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는 것을 무릅쓰면서까지 '마지막뚝심'을 지켜낼 수 있을지 시장은 금리인상 시점만큼이나 이 총재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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