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시장 불안에도… "먹어야 산다"

8일 하루에만 400억弗 M&A… 글로벌 거래 올 3조弗 넘어

리카싱· 암린·블랙스톤 등 중국發 악재에도 빅딜 잇따라

경기불황 지속, 먹거리 찾기 나서

"안정 성장" 대기업 편입 현상도


금융시장 불안이 기업 인수합병(M&A)을 위축시킨다는 공식이 올해는 들어맞지 않고 있다.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글로벌 M&A시장의 열기는 오히려 더 달아오르고 있다.


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하루에만도 전 세계에서 400억달러 규모의 M&A가 성사됐다고 보도했다. 우선 홍콩 최고 부자 리카싱이 이끄는 청쿵그룹의 자회사 청쿵인프라스트럭처가 파워애셋의 소수 주주 지분을 모두 사들인다고 발표했다.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투자확대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 지분 매입에 드는 비용은 약 122억달러로 예상된다. 또 호주 석유회사 우드사이트페트롤리엄은 경쟁사인 오일서치를 8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고 일본 미쓰이스미토모화재해상보험은 영국 대형 손해보험사 암린을 53억달러에, 사모펀드 블랙스톤은 미국 호텔 체인 스트래티직호텔을 60억달러에 사들였다. 이로써 올 들어 확정된 M&A 규모는 3조달러를 넘어섰다. 톰슨로이터 데이터에 따르면 이는 지난 2007년 이후 최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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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주식시장 불안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면서 M&A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으나 현실은 정반대다. 지난달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 증시가 패닉에 빠진 후에도 덩치를 키우려는 기업들의 식욕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FT는 현재의 증시침체가 기업들의 M&A 열풍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 입증됐다고 전했다. 크리스 벤크레스카 JP모건 글로벌M&A 부문 책임자는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일반적으로 M&A시장도 위축되게 마련이지만 한편에서는 안정적인 성장과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대기업 편입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딜이 늘어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가장 활발한 곳은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지난달에만도 3,000억달러 규모의 거래가 성사됐다. FT는 미국 M&A 역사상 가장 바쁜 8월이었다고 평가했다. 올해의 4분의3이 채 지나지 않은 이날까지 미국의 M&A 규모는 1조4,600억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전체 규모를 넘어섰다. 시장조사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대규모 거래가 잇따라 성사되면서 역대 두 번째로 7,000억달러를 넘어섰다. 래리 햄단 바클레이스 미국M&A 부문 책임자는 "최근 증시 불확실성은 M&A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며 "지난 수년간 이런저런 악재가 터졌지만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M&A시장이 당분간 호조세를 보일 것이라는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우선 적대적 M&A에 나서는 기업 수가 부쩍 늘고 있다. 이스라엘 제약회사 테바의 미국 제약회사 밀란에 대한 적대적 인수 시도가 대표 사례다. 400억달러짜리 초대형 딜을 탄생시킬 뻔했던 테바의 시도는 결국 무위로 끝났지만 테바는 최근 미국 제약회사 앨러건의 복제약제조 부문을 인수하는 등 덩치 키우기에 여념이 없다.

장기간의 경기불황도 요인으로 지목된다. 비용절감과 투자유보로 쌓인 현금을 M&A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에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다. 주주중심주의가 강화되면서 고배당을 요구하는 주주들을 달래는 수단으로 M&A가 동원된다는 관측도 있다. 마크 샤피르 씨티그룹 글로벌M&A 부문 책임자는 "최근의 증시 조정이 광범위한 시장 붕괴로 이어지지 않는 한 M&A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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