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떠나간 황새를 생각하며

5~6년 전 내가 신혼생활을 시작한 곳은 서울 강북구에 우이천이 돌아나가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교통은 조금 불편한 편이지만 초안산과 우이천이 아름다워 선뜻 그곳을 보금자리로 택했다. 처음에는 이 우이천이 그리 좋은 곳은 아니었다. 누군가 내다 버린 쓰레기와 탁한 물이 흐르는 곳이었다. 그런데 하천 정비사업이 시작되면서 이곳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우이천을 따라 흐르는 물이 눈에 띄게 맑아지기 시작했고 컴퓨터 게임에만 열중하던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더욱 즐거운 것은 천연기념물인 황새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날아와 그곳에서 유유자적하게 노닐게 된 것이다. 아파트 발코니에서 황새와 그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훔쳐보는 것이 나에게는 일상의 작은 즐거움 중에 하나가 됐다. 그런 어느 날. 그곳에 공사가 시작됐다. 시민들의 휴식공간과 운동시설을 조성하기 위한 공사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쪽 방죽에는 산책로가 조성됐다. 그 후 북측 방죽으로도 멋있는 휴식시설이 자리를 잡게 됐다. 나를 포함한 지역주민들은 새로운 변화에 너무 좋아했고 시간이 날 때마다 그곳에서 운동과 산책을 즐겼다. 하지만 머지않아 내 생활의 즐거움 하나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웬일인지 그전에 그곳에 터를 잡고 살던 황새와 다른 친구들이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남측 방죽에 산책로가 조성될 때까지만 해도 그곳에 있었는데 맞은편에도 휴게공간이 조성되고 난 후에는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었다. 아마도 산책로를 오가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그들에게는 큰 위협이 되고 시멘트 구조물들이 내뿜는 도시의 삭막함이 그들을 내쫓은 것이리라. 청계천 복원사업 이후 많은 지자체들이 하천을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바꾸려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수해를 막기 위해서도 하천을 정비하는 곳들이 많아졌다. 인근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인간의 편리와 즐거움을 위해 벌이는 일들이 함께 공존해야 할 우리의 친구들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게 해서는 안된다. 그 친구들은 오랜 세월 동안 우리와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우리 자식들과 후손들과도 함께 살아가야 한다.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개발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배려할 수 있는 작은 고민도 함께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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