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면서 오는 5일로 예정된 국민투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리스인들이 국민투표에서 국제 채권단이 내놓은 구제금융협상안에 찬성표를 더 많이 던지면 그리스는 채권단과 다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반면 그리스 국민이 협상안에 반대하면 최악의 경우 협상 결렬에 따른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Grexit) 소용돌이로 빠져들 수 있다.
최근 그리스 매체인 EFSYN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의 은행 영업중단과 예금 인출제한 조치 전 채권단의 방안에 찬성하는 의견은 30%, 반대는 57%로 나타났으나 조치 이후 찬성 37%, 반대 46%로 찬성 의견이 소폭 늘어났다. 지난달 24∼26일 카파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로는 채권단의 방안에 찬성한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47.2%, 반대는 33.0%로 조사됐다.
국민투표에서 찬성 결과가 나오면 재협상을 통해 그리스에 대한 채권단의 지원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협상안 찬성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에 대한 불신임을 의미해 조기 총선 등을 통해 새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앞서 치프라스 총리도 국민투표에서 채권단 방안이 수용될 경우 물러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리스 정부는 현재 국민투표와 그렉시트는 별개라며 국민에게 협상안에 반대할 것을 독려하고 있지만 유럽연합(EU) 정상들은 반대표는 유로존 회원국 지위에 반대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EU의 바람과는 달리 반대가 더 많이 나온다면 재협상은 물 건너간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리스 국민의 재신임을 받은 급진좌파연합(시리자)으로서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채권단과 등을 돌리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그리스는 20일 유럽중앙은행(ECB) 채무 상환을 비롯해 앞으로 줄줄이 예정된 채무 만기일에 돈을 갚을 가능성이 없어져 그렉시트가 일어날 수 있다. 다만 유로그룹이 1일 회의에서 3차 구제금융안을 승인하면 그리스는 예정된 국민투표를 취소하거나 연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