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폭풍'서 깨어나는 두바이를 가다<br>폭락했던 고급 아파트촌 가격 회복 뚜렷, 쇼핑몰 관광객 북적…크레인도 재가동<br>삼성서 시공 '부르즈 두바이' 공사 한창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멈췄던 두바이 마리나 인근에 건설 중인 고 층 빌딩들의 크레인이 다시 가동을 시작하며 위기 탈출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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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지구의 개벽, 사막 위의 신화'라 불릴 정도로 무섭게 번창해나가던 두바이.
하지만 지난해 리먼브러더스의 사태를 고리로 불거진 금융 위기는 두바이마저도 침몰시켰다. 창연하던 두바이의 하늘은 시뿌옇게 바뀌었고 어두운 그늘이 도시를 휘감았다.
그랬던 두바이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스탄불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취재 후 지난 7일 찾은 아랍에미리트(UAE) 제2의 도시 두바이의 인공섬 팜주메이라.
야자수 모양의 팜주메이라 진입로에 줄을 선 고급 아파트촌은 1년 전 300만디람을 넘어설 정도로 가격이 치솟았다. 하지만 금융위기 후 절반 가까이 떨어졌던 방 3개짜리 230㎡(70평)의 가격은 200만디람(6억원)까지 회복했다.
25년 전 두바이에 정착한 신경애씨는 "연초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외국인들이 다시 들어오고 있다"며 "두바이 경제가 끝이라는 말은 두바이의 힘을 모르는 사람들의 말"이라고 전했다.
사막의 아침과 함께 본 두바이는 여전히 공사의 굉음이 곳곳에서 들려 온다. 위기 후 유럽 자본의 투자가 중단되며 멈춰선 크레인이 눈에 띄지만 언제라도 다시 가동을 시작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물론 회복이라는 말을 하기는 성급하다. 두바이는 올 초부터 신규 건설 프로젝트의 80%가 중단되고 주택 매매가격은 올 1ㆍ4분기에만 41%나 폭락했다.
일자리를 잃은 인도ㆍ파키스탄 노무자들은 대부분 본국으로 돌아갔고 또 다른 기회를 노린 노무자들은 남부유럽이나 이집트 등 중앙아시아 국가로 밀입국을 시도했다. 하지만 두바이의 전략은 흐트러짐이 없다. 두바이의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의 리더십은 위기에도 불구하고 두바이를 '서비스 허브'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팜주메이라의 7성급 호텔 아틸란티스. 러시아ㆍ중국ㆍ유럽의 부호들이 하루 즐기는 비용은 대략 1,000달러. 위기 후 비었던 호텔은 겨울까지 예약이 끝났다.
에미리츠몰·두바이몰 등 두바이의 대표적인 쇼핑몰도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에미리츠몰에 있는 중동 유일의 실내 스키장인 '두바이스키'는 여전히 하루 2,000~3,000명이 방문한다.
다시 깨어나는 두바이의 또 다른 중심에 '부르즈 두바이'가 있다. 삼성건설이 시공 중인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두바이'는 1만2,000여명의 노무자들이 내부 공사에 한창이다.
두바이의 멈췄던 대형 공사들이 이제 막 다시 시작하려는 것과 달리 부르즈 두바이는 2일 외장공사를 끝내고 98%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부르즈 두바이의 성공과 함께 삼성건설은 벌써부터 중동 초고층 빌딩 시장에 나서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계획하고 있는 높이 1,200m의 킹덤타워도 시공 협의가 들어오고 있다. 중동시장이 금융위기의 폭풍에서 깨어나며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