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헤지펀드들의 공세에 아시아 외환시장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중단 시사를 감지한 역외 투기세력들이 달러 약세에 베팅, 아시아 통화들을 적극 매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달러 약세에 대한 우려는 2000년부터 계속돼왔다. 갈수록 비대해지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재정ㆍ무역적자)는 헤지펀드들의 단골 먹잇감이었다. 연초부터 아시아 외환시장이 공략당한 것도 궤를 같이한다. 원화환율의 급락 요인이 되는 정보를 미리 입수한 헤지펀드들은 외국계 투자은행들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역외(NDF)시장을 통해 이익을 챙겼다. 일부에서는 중국 위안화 절상을 노린 투기세력들이 일시에 빠져나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을 공략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자 한ㆍ중ㆍ일 아시아 중앙은행들도 반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가 “투기세력에 대한 응징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데 이어 중국은 올해 환율정책 목표를 발표하면서 외환보유고 투자처를 다변화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연간 50억달러로 제한돼 있는 중국 기업들의 해외투자 한도도 폐지하기로 했다.
일본 역시 최근 환율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면서 미국의 금리정책 움직임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미 달러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대미 수출비중이 높은 일본으로서는 수출경기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대만중앙은행이 이날 대규모 달러 매수개입에 나서 달러ㆍ뉴타이완달러가 달러당 32.180뉴타이완달러로 급등했다
역외 투기세력들의 교란 플레이에 뒤늦게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승패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직 해외펀드들이 달러 되사기에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해외펀드들의 달러 매도세가 멈췄다고 볼 수 없다”며 “주변여건이 아시아통화 강세쪽이기 때문에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대응이 이들 펀드에 또 다른 매도기회를 제공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