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다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홍콩과 중국 본토에 동시 투자하는 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 증시가 이달 들어 단기 조정을 받은 뒤 투자자들 사이에서 과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위험 분산이 가능한 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에 동시 투자하는 펀드로 자금 유입이 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의 'KB통중국고배당' 펀드는 중국 증시에 대한 과열 우려가 본격화된 지난달 20일 이후 1,200억원이 몰렸다. 이달에만 494억원의 자금이 몰려 중국 투자 펀드 중에는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누버거버먼차이나' 펀드 역시 같은 기간 230억원 이상의 자금이 순유입됐고 한화자산운용의 '한화차이나레전드고배당' 펀드에도 90억원에 가까운 돈이 유입됐다.
반면 올 초부터 '시중 자금의 블랙홀'로 불렸던 중국 본토 펀드는 자금 유입 정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국내에서 운용 중인 61개 중국 본토 펀드에는 지난달까지 9,142억원의 자금이 몰렸지만 이달 들어서는 4억원이 순유출됐다. 실제로 지난달 150억원이 유입된 '삼성CHINA 2.0본토' 펀드는 이달 73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고 320억원이 몰린 '이스트스프링차이나드래곤AShare' 펀드에서도 이달에만 150억원이 유출됐다.
홍콩과 중국 동시 투자 펀드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중국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주식의 높은 밸류에이션(주가 수준)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상하이 종합 지수는 26일 4,910.90포인트를 기록해 지난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선전종합지수도 2,884포인트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중국 증시가 과열권에 진입함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중국 증시의 일부 테마주와 중소형 주는 이미 과열 국면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본토와 달리 홍콩 증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고 있어 과열 이후 조정에 대한 투자자들의 리스크를 줄이고 저평가로 인한 추가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상하이와 홍콩에 동시 상장돼 있는 남차그룹의 주가는 홍콩에 비해 상하이에서 2배 정도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투자운용 관계자는 "3월 말 기준으로 중국 선전 중소형주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90배를 넘어서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소형주의 3배 이상이었다"며 "홍콩 시장은 중국 본토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이 많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홍콩과 중국 본토에 함께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중국 본토 펀드 수익률과 비교할 때 크게 나쁘지 않은 것도 투자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요인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그레이터차이나' 펀드는 최근 한 달간 8.72%의 수익률을 기록해 홍콩(H주)투자 펀드 중 가장 높았으며 'KB통중국고배당' 펀드 역시 수익률이 2.37%를 기록해 홍콩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의 평균 수익률(0.52%)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들 펀드는 최근 중국 증시의 조정 속에서도 홍콩과 중국 본토 주식을 유연하게 편입하면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대영 KB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 부장은 "단기적으로 중국 본토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중국 본토의 중소형 성장주보다는 대형 배당주나 홍콩 주식으로 분산해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