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아프간 정부의 인질구출 가능성이 대두됨에 따라 기존 강경 노선을 변경, 협상전략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아프간 정부군이 한국인이 억류된 지역에 장갑차를 배치하고 주민들에게 군사작전에 대비, 피난하라고 권고하자 탈레반 측은 새로운 전술을 채택해 지연작전을 펼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무장단체가 아프간과 미군의 군사작전이라는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탈레반은 지난 7월25일 8명의 인질 교환을 추진하던 도중 아프간 정부의 장갑차를 발견하고는 위협을 느껴 인질석방 장소에서 급하게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군의 공세적 위협을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무장세력의 변화 조짐은 여러 곳에서 감지됐다. 탈레반 대변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2일 교도통신을 통해 “앞으로는 협상시한을 새로 설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인질 협상을 사실상 장기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탈레반은 그 동안 총 9차례에 걸쳐 협상시한을 연장했기 때문에 이제는 시간을 벌면서 최대한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아마디 대변인은 “탈레반 지도자 물라 오마르가 탈레반 지도위원회에서 3명의 고위급 인사를 임명, 피랍된 한국인 인질 상황의 감독을 지시했다”며 “이들은 피랍자에 대한 사살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탈레반 측이 동료 죄수들의 석방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으며 가능성이 남아 있는 한 추가 살해를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인질들을 마음대로 처형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압박 카드’로 읽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