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수소 원자가 얼음입자 속에 갇혀 있는(존재하는) 원리를 규명함으로써 새로운 수소 저장방법이나 수소 원자를 활용한 고효율 수소 연료전지 개발, 유분 대신 수소 이온이 첨가된 화장수 개발 등 다양한 응용연구의 시발점을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수소(H₂)를 원자 단위(H)로 쪼개 이를 영하 100도의 얼음 입자 속에 저장할 수 있는 원리를 규명한 이흔(56ㆍ사진)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연구성과와 관련, “수소 원자 포획이라는 새로운 과학영역을 개척하고 다양한 응용연구를 가능하게 한 점”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얼음입자 속에 수소 원자가 저장되는 원리를 규명하기 위해 방사선 조사를 이용했다. 우선 순수한 물에 약 1% 정도의 ‘테트라히드로푸란(Tetrahydrofuran)’을 첨가해 얼린 뒤 수소 분자를 넣어줬다. 테트라히드로푸란은 얼음을 균일하게 오각형 구조로 만들어주는 얼음결정 촉진 물질로 얼음입자의 빈 공간에 수소 분자가 저장되게 해준다. 이어 수소 분자가 저장된 얼음입자에 방사선 물질인 코발트-60에서 발생되는 감마선을 쪼여 수소 분자를 원자로 쪼갰다. 감마선 조사는 테트라히드로푸란 하이드레이트(깊은 바닷속에 있는 얼음 형태의 메탄가스인 메탄하이드레이트와 유사한 수소하이드레이트)를 담은 금속 용기를 영하 170도의 액체 질소에 넣은 상태에서 이뤄졌다. 감마선 조사 이후 얼음입자 속에 남아 있는 수소가 분자가 아닌 원자라는 사실은 ‘전자스핀 공명법(ESRㆍelectron spin resonance)’을 이용해 확인했다. 수소를 분자가 아닌 원자 상태로 저장하면 반응성ㆍ결합성ㆍ저장성을 높이고 수소 연료전지 등에 활용하기도 쉬워진다. 수소 원자는 불안정하고 반응성이 매우 높아 자연계에서는 산소(O)와 결합, 물(H₂O) 등의 형태로 존재한다. 다른 어떤 기체보다 가볍고 작아 저장하기도 어렵다. 스테인리스 재질의 압력용기에 저장해도 미세한 기공을 통해 누출되기 때문에 순수한 수소를 장기간 보관하기란 매우 어렵다. 현재의 기술로 수소를 저장하려면 영하 252도의 극저온 상태로 액화시키거나 약 350기압의 높은 압력을 견디는 용기를 사용해야 하므로 비용이 많이 들고 대량 저장도 힘들다. 이 교수는 “테트라히드로푸란 외에 새로운 얼음결정 촉진 분자를 찾아내는 연구가 이어진다면 영하 100도보다 높은 온도의 일반적인 얼음에 수소 원자를 저장하거나 저장량을 늘리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지난 2005년 테트라히드로푸란을 첨가한 물로 만들어진 얼음입자에 수소 분자가 저장되는 원리를 규명한 바 있으며 이 기술을 활용하면 얼음 100g에 4g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다. 얼음입자 속에 저장된 수소는 온도가 상승해 얼음입자 구조가 깨지면 바로 수소 기체를 포집하는 것이 가능하며 수소 기체 분리 후에는 순수한 물만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