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10월 15일] 중국인 눈에 비치는 한국여행

평소 한국 드라마와 연예인 등 한류(韓流)에 관심이 많았던 중국인 취안(錢)씨는 최근 가족들과 함께 한국을 단체관광으로 다녀왔다. 4박5일의 관광요금은 한 사람당 우리 돈으로 30만원. 취안씨는 베이징(北京)시내 중심 주거지에 아파트를 갖고 있고 소득 수준도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여행경비 절약을 위해 값싼 여행상품을 선택했다. 한국에 도착한 취안씨는 실망의 연속이었다. 여행사에서 안내한 숙소는 서울시 외곽의 허름한 장급 여관이었고 이튿날부터는 아침부터 쇼핑센터를 돌리더니 점심 식사는 달랑 고기 두 세 점 둥둥 떠 있는 설렁탕 한 그릇이었다. 취안씨는 다시 한국으로 여행을 갈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중국인 왕(王)씨는 최근 일본 오사카 등지를 돌아오는 6박7일 여행을 다녀왔다. 왕씨가 선택한 패키지상품의 가격은 우리 돈으로 250만원가량에 현지에서 쓴 비용도 상당했지만 일본 여행에 대한 왕씨의 만족도는 높았다. 특급호텔의 잠자리와 적절히 안배된 식사도 좋았지만 강제로 쇼핑센터를 돌리는 일도 없었고 관광지마다 중국인들을 위해 배려된 안내시스템은 매우 편안했다. 여기에다 일본의 주요 상점에서는 할인율이 5%나 되는 ‘인롄(銀聯)카드’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고 짝퉁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명품 브랜드들이 가득해서 일본은 왕씨와 같은 중국인들에게 그야말로 쇼핑천국이었다. 단순 비교로는 충분하지 않지만 중국인들을 상대로 한 관광상품의 주류가 일본은 고가 위주인 반면 한국은 저가상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관광업계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관광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실이 상당부분 우리 정부의 잘못된 관광정책에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중국인 관광객을 송출하는 여행업체의 대다수가 영세하다 보니 저질 패키지상품이 판치면서 관광한국의 이미지에 먹칠이 되고 있는 게 문제다. 심지어 일부 중국 여행사들은 한국으로 가는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불법체류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5만~10만위안(약 900만~1,800만원)에 달하는 거액의 보증금을 받고 있는데 이들이 불법체류를 할 경우 그 돈이 여행사 몫으로 돌아가게 돼 있어 상당수 여행사들이 이를 주요 수입원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얘기도 들린다. 끝으로 지난 13일 중국 신경보(新京報)의 ‘중국 개혁개방 30년’ 회고란에 실린 글을 소개한다. “2000년을 전후해서 한국문화가 대거 중국에 상륙해 환영을 받았고 당시 한국의 스타들은 중국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 대한 환호는 과거의 일이 됐다.” 관광정책 당국의 무소신과 무관심 때문에 ‘한류열풍’이라는 좋은 기회를 허무하게 놓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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