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체제하에서 시장기구가 완전하게 기능한다면 가격은 수요ㆍ공급의 상호 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즉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은 인상되고 그 반대가 되면 가격은 하락한다. 새해 벽두부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면서 우리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유가 인상은 산유국들의 전쟁, 테러 등 지정학적인 원인도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초과 수요에 기인함을 부정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높은 수준의 유가가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는 고유가ㆍ고물가ㆍ고금리의 3고 악재에 부딪혀 저성장의 수렁에 빠질 것이 우려된다.
유가 10% 상승시 삼성경제연구소는 경제성장률이 0.35%포인트 감소하고 소비자 물가는 0.23%포인트 상승하며 무역수지가 20억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한다. 산업연구원은 제조업원가가 0.98% 상승될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고유가는 세계 경제 성장엔진인 미국의 소비를 위축시켜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 호조세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수출이 위축될 때 경제성장에 큰 타격이 오는 것은 불가피하다.
유가 인상으로 파생된 문제는 다음 세 가지 관점에서 엄밀히 분석하고 그에 알맞은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첫째, 유가 인상은 고갈성자원인 석유의 희소성이 증가해 경제적 비용의 실제적 증가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 이 경우라면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등 여타 에너지자원의 개발 및 보급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둘째, 에너지생산국 또는 이들에 영향을 미치는 제3국이 의도적으로 에너지공급을 제약함으로써 경제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이 석유자원을 무기화하지 못하도록 적절한 제어력을 행사함과 동시에 단기적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석유 비축의 증대와 절약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석유 수입지역을 다변화해 중동 산유국의 의존도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셋째, 1차 석유파동 이후 급격한 유가 인상과 이에 따른 세계 경제의 위축은 OPEC 카르텔의 담합에 의한 독점가격에 기인한 경우도 있다. 이때는 OPEC 카르텔이 독점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적절한 경제적 제재를 강구하고 특히 석유 수입국의 단합된 행동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올해도 석유위기는 어떤 형태로, 어떤 사태로 올지 모른다. 지금까지 언급한 세 가지 견해가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면 적절한 에너지정책의 수립은 이들의 조합으로 이뤄져야 할 것은 분명하다.
# 이번주부터 ‘생활 속의 공정거래법’이 끝나고 김진오 전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현 명예연구위원)이 ‘에너지 경제학’을 집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