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 경제의 경기둔화를 공식 인정했다.
7일 KDI는 "우리 경제는 생산 관련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전반적인 경기가 점차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KDI가 경기둔화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최근 들어 처음이다.
KDI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을 조금씩 나타내왔다. 지난해 9월에는 "경기 회복세 미약", 10월 "미약한 회복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10월까지는 '회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11월 보고서에서는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태에 머물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회복' 대신 '부진'이라는 단어로 표현을 옮겼다.
지난달에는 "경제의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둔화'를 처음 언급했다. 이어 한 달 만에 "경기둔화 판단"이라는 어두운 진단을 내렸다.
이같이 KDI가 이례적으로 '경기둔화'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우리 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인 '내수'와 '수출' 모두 하락 또는 둔화할 조짐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표를 살펴보면 11월 중 전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0.5% 증가율을 기록, 전월(0.1%)의 증가에서 감소로 내려앉았다.
특히 현재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경우 3개월 연속 하락, 전월에 비해 0.2포인트 하락한 99.8로 고꾸라졌다. 11월 중 민간소비 역시 소매판매액지수 상승폭이 크지 않아 부진한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KDI는 보고 있다. 여기에다 우리 경제의 효자 종목인 수출마저 석유류 제품을 중심으로 완만했던 증가세가 점차 둔화되는 실정이다.
앞서 지난해 말 KDI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정부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낮은 3.5%로 예상하면서도 대외불확실성이 큰 만큼 성장률이 3% 초반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